한계에 다다른 저숙련 외국인 근로자 제도

한국과 일본, 대만은 1980년대 후반부터 주로 아시아 국가로부터 저숙련 외국인 근로자를 도입하기 시작했다. 세 나라 모두 정책 기조는 외국인 근로자를 한시적으로 활용하고 돌려보낸다는 것이지만 도입하는 외국인 근로자의 법적 신분에서는 차이가 있었다.
일본은 연수생 자격으로 외국인 근로자를 들여 왔고 우리나라는 일본의 기능실습제도 프로그램을 참고해 외국인 연수생에게 기술 습득을 위한 1년 비자를 발급하면서 저숙련 노동시장을 개방하기 시작했다. 대만은 처음부터 외국인 근로자에게 근로자 신분을 부여했고, 내국인 일자리 보호를 위해 고용주는 저숙련 외국인 근로자 고용분담금을 내도록 했다.
고용허가제, 노사 양측 불만 속
불법체류자 급증 한계 드러내
코로나 후 동포 외국인 돌아가
방문취업제 효용성도 떨어져
저출산·고령화, 생산 인구 감소
개방적 이민정책 고민 필요해

30여 년이 지난 현재 한국·일본·대만 모두 저숙련 외국인 근로자를 한시적으로 활용하고 출신국으로 돌려보낸다는 정책 기조를 더는 유지하고 있지 않다. 대만은 저숙련 외국인 근로자에 대한 최대 12년(가사·간병은 14년)의 체류 기간 한도를 2022년에 사실상 폐지했다. 단순기능 외국인으로 들어와도 6년 체류 후 일정 요건을 충족하면 제한 없이 체류할 수 있게 됐다.
일본은 그동안 논란이 됐던 기능실습제도를 폐지하고 2027년부터 육성취업제도를 시행하기로 결정했다. 또한 2022년에는 기능실습생이 3년의 체류기간 동안 연수 실적이 양호하면 체류자격을 전환해 장기 체류가 가능하도록 했는데, 육성취업제도로 도입되는 외국인도 장기 체류를 할 수 있다.
제조업과 건설업에 집중됐던 한국의 산업연수생 제도는 처음부터 인권 침해 논란이 있었으며, 프로그램도 제한적으로 운용돼 노동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불법 체류 외국인의 증가로 이어졌다. 2004년 고용허가제(EPS·비전문취업 체류자격)가 도입돼 외국인 근로자에게 근로자 지위를 부여했고 산업연수생 제도는 2007년 폐지됐다. 현재 EPS로 들어온 외국인 근로자는 최장 10년 정도 일할 수 있고 5년 이상 체류하고 자격 요건을 충족하면 숙련기능인력으로 체류자격을 변경해 장기 체류할 수 있다.
불법체류자 40만 명, 단속으론 역부족
하지만 EPS와 동포 외국인 도입 창구인 방문취업제를 두 축으로 해 운영되는 우리나라 저숙련외국인 근로자 제도는 한계에 도달했다. 2004년 도입 당시 틀을 그대로 유지하는 EPS는 국내 고용주와 외국인 근로자 양측으로부터 개혁 요구를 받고 있다. 정부 주도 시스템의 한계 등으로 고용주는 적합한 필요 인력을 적기에 공급받지 못하고 있다는 불만을 지속해서 제기하고 있다.
많은 외국인 근로자는 배치받은 사업장이 본인의 기대치와 다르다는 이유로 사업장 이동을 빈번하게 요구하고 있다. 외국인 노조와 인권단체 등은 고용주가 고용 허가를 받는 EPS가 아닌 방문취업제 같은 노동허가제로의 전환을 주장하고 있다.
EPS는 투명성 등으로 여전히 여러 나라가 참고하는 제도지만 현시점에서 우리나라의 저숙련 외국인 근로자 정책이 일본이나 대만보다 긍정적인 평가를 받기는 어렵다. 불법체류자가 너무 많기 때문이다. 한국 인구의 절반 수준인 대만의 불법체류 외국인은 한국의 25%다. 일본은 한국 인구의 두 배가 넘지만 불법체류자는 우리나라의 20%에 불과하다.

허용 체류 기간을 넘긴 외국인은 2023년(42만4000명)보다 지난해 6.2% 줄었지만 여전히 40만명(39만7522명) 가까이 된다. 추세적으로 줄고는 있지만 전체 체류외국인 대비 불법체류자 비율은 2024년 말 15.0%다. 법무부의 집중단속으로 올해 9월과 10월에 적발된 불법체류자는 4600여명이다.

단속만으로 불법체류자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대부분 근로를 하는 것으로 추정되는 40만명가량의 불법체류 외국인과 2024년 말 현재 합법적으로 체류하며 일을 하는 취업자격 체류 외국인(49만2000명)의 숫자 차이는 9만명에 불과하다. 우리나라 외국인 근로자 관리 시스템으로는 시장의 수요를 감당할 수 없다는 이야기다.
일관성 없는 외국인 근로자 제도
정부의 관리시스템 내에 있는 외국인 취업자는 20%를 조금 넘는다. 2024년 말 기준 EPS 체류자격 외국인은 33만2000명, 방문취업제 동포외국인은 9만3000명이다. 이는 취업이 가능한 체류 외국인(취업자격 체류자)과 (취업 체류자격은 아니지만 취업할 수 있는) 재외동포, 영주 등 체류자격을 가진 체류 외국인(117만8000명)의 23.9%에 불과하다. 75만명이 넘는 재외동포, 영주 체류자격 외국인(2024년 말 기준)의 50% 이상이 취업을 하고 있지만 적지 않은 숫자가 법이 허용하지 않는 분야에서 일하며 정부 관리의 밖에 있다.
일본의 ‘니켄진(남미로 이주한 일본인 2·3세대) 제도’를 참고해 도입한 방문취업제의 효용성도 급격히 떨어졌다. 코로나19를 계기로 방문취업 체류자격 동포 외국인 상당수가 중국 등 자국으로 귀국했기 때문이다. 방문취업 체류자격 외국인은 2019년 22만6000명, 2021년 12만5000명으로 코로나 이후 절반 가까이 줄었다.
우리나라는 부분적으로 국경을 개방하면서 이주 집단별로 다양한 경로를 구축하고, 체류 자격별로 쿼터가 필요하면 점진적으로 늘리는 방향으로 외국인 출입국 관리 제도를 운영해 왔다. 그 결과 우리나라의 출입국 및 체류자격 제도, 특히 저숙련 외국인 근로자 관련 제도는 복잡하고 일관성이 없다.

지난 30년간 EPS 주관 부서였던 고용노동부와 방문취업제 주관 부서인 법무부의 업무 영역 다툼은 현재 진행형이다. EPS와 방문취업제로 이원화한 제도를 운영하며 쌓인 갈등은 상당 부분 개편된 특정활동 체류자격 운영에 있어서도 여전하다. 특정활동 체류자격 외국인은 2025년 8월 현재 7만4970명으로 2021년 8월(1만7863명)보다 5만7000명 늘어났다.
특정활동 체류자격의 4개의 세분류 체류자격 중 조선업 등의 인력난 부족 해소를 위해 2022년 도입된 일반기능인력 비자의 경우 과다한 취업 알선비 등 여러 문제가 발생하고 있어 과거 산업연수생 제도의 문제점을 답습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한국어 시험이 유예돼 현장에서 의사소통에 문제가 있고, 형식적으로 경력을 확인한 탓에 경험이 없는 외국인이 고용되는 사례도 발생하고 있다.
외국인 인력 관리, 관련 부처 협력 필수
그뿐만 아니라 EPS에서 전환된 외국인들은 EPS 운영 부서가 고용노동부에서 법무부로 바뀐 뒤 자격 취득 후 국내 체류와 관련한 어떠한 지원도 없다고 고충을 토로하고 있다. 20여년간 EPS를 운영해 온 고용노동부의 지원을 받으면 제도 운영과 관련한 개선 소지가 크지만 두 부처 간 협조는 없는 상황이다.
외국인 인력 활용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통합적이고 혁신적인 외국인 근로자 도입 및 관리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일본은 출입국재류관리청(2019년 설립), 대만은 내정부이민서(2007년 설립)를 중심으로 통합적 외국인 관리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노동시장에서 직면한 현재의 노동력 부족과 급속한 고령화·저출산, 생산가능인구 감소라는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보다 개방적인 방향으로 나아가면서 저출산 대책으로서 이민정책을 고민해야 한다. 해외에서 필요한 인력을 훈련을 시킨 뒤 국내로 들여와서 활용하는 방안도 고려해야 한다.
우리나라의 저출산 구조는 고착화돼 있다. 합계출산율은 2024년 0.75명으로 소폭 상승했지만 여전히 매우 낮다. 일본(2023년 1.2명)과 대만(2024년 0.87명)은 우리나라보다 높다. 통계청은 2040년 이후에도 합계 출산율이 1.05명 수준에서 머물 것으로 전망한다.
특정활동 숙련기능 인력 쿼터의 대폭적인 확대로 저숙련 근로자로 도입된 외국인의 장기 체류, 사실상 정주에 가까운 길을 열었으니 이민 국가로 가는 첫 번째 발걸음을 디뎠다고 볼 수 있다.
우수 인력 정주 지원 이뤄져야
다음 과제는 외국인 근로자의 체류 지원을 강화하는 것이다. EPS의 경우 외국인 근로자의 도입에서는 공공 부분이 주도적 역할을 하나 도입 후 체류 지원 등에 있어서는 자원 투입이 제한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방문취업제나 특정활동 체류자격 외국인의 경우 취업 알선 등을 포함한 공공부문 차원의 지원이 없거나 있더라도 매우 취약하다. 적절한 체류 지원이 이뤄져야 현재 노동시장에 취업한 외국인 근로자를 잘 활용할 수 있고 우수한 인력의 경우 정주하도록 유도해 저출산을 보완할 수 있다.
일본이나 대만은 우리나라보다 엄격하게 저숙련 외국인 근로자의 사업장 이동을 제한하고 있으나 사업장 이탈자가 적고 불법체류자도 적다. 반면 EPS로 도입된 외국인 근로자의 절반이 체류 기간 중 적어도 한 번의 사업장 이동을 하는 우리나라에서는 여전히 사업장 이동제한이 논란이 되고 있다. 고용주와 외국인 근로자의 필요를 제대로 연결하지 못하는 공공부문의 한계인 것으로 추정된다. EPS에 안주하기보다는 외국인 근로자 도입 및 체류에 있어서 민간이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박영범 한성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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