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북·중·러 밀착…APEC이 한·미·일 협력 계기 돼야

2025-10-10

북 당행사에 중·러 이례적 국가 2인자 참석

총리 유력 일 다카이치, 한·일 협력 이어가고

한·미, 상호 양보 통해 관세 협상 물꼬 터야

북한 노동당 창건 80주년 기념행사가 9~10일 열렸다. 이번 행사에는 리창 국무원 총리와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국가안보회의 부의장 등 중국·러시아의 국가 서열 2위가 참석했다. 올해 5월 러시아, 9월 중국에 이어 올해 북·중·러의 밀착 행보가 절정으로 치닫는 모양새다. 북·중·러가 한국전 이후 최고 수준의 연대를 과시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그제(9일) 경축대회 연설에선 “공화국의 국제적 권위는 날로 강화되고 있으며, 지금 같은 기세로 몇해 동안 잘 투쟁하면 세상에서 제일 훌륭한 사회주의 낙원이 될 것”이라고 자신감을 숨기지 않았다.

이와는 달리 한·미·일 3국 협력 체제는 2023년 캠프 데이비드 정상회의 이후 불과 2년 만에 흔들리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를 앞세운 ‘동맹 때리기’ 후폭풍으로 3국 협력 체제는 미 조야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올 정도로 약화되고 있다. 한·미 관세 후속 협상은 3500억 달러 대미 투자를 놓고 양국이 힘겨루기를 하면서 타결되지 못하고 있다. 이대로라면 이달 말 경주 아태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때 개최될 이재명 정부의 두 번째 한·미 정상회담이 미래 동맹의 청사진을 그리기는커녕 불편한 만남이 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의 방한 일정이 당일 또는 1박 2일로, 방일 일정(2박 3일)보다 짧을 가능성은 이런 분위기와 무관치 않다는 관측이다. APEC을 계기로 세 정상이 자리를 함께한다는 얘기도 들리지 않고 있다.

이런 가운데 총리 후보인 다카이치 사나에 신임 자민당 총재의 과거 행보는 한·일 관계에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여자 아베’라고 불리는 다카이치 총재는 그동안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해왔고, 독도는 일본 영토라고 주장하는 등 과거사 문제에 있어 강경 우익 성향을 보여왔다. 이재명 대통령과 이시바 시게루 총리가 구축한 ‘셔틀 외교’로 대변되는 한·일 협력과 이를 바탕으로 한 한·미·일 협력 기조에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

작금의 북·중·러 밀착 움직임과 한·미·일 공조 약화는 안보와 경제 측면에서 한·일 두 나라의 국익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이런 판단에 따라 이 대통령은 일본에 손을 내밀었고, 이시바 총리도 화답했다. 다카이치 총재가 총리가 된다면, 국내 정치의 유불리에 따라 움직이는 ‘정치인 다카이치’의 길이 아니라 국가의 전략적 이익을 잊지 않는 ‘총리 다카이치’의 길을 걸어가길 바란다. 다카이치 총재가 이달 예정된 야스쿠니 신사 참배를 보류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라는 일본 언론 보도가 나오는데, 한·일 관계의 퇴보를 막기 위해 현명한 선택을 해야 한다.

한·미는 상호 양보 정신을 살려 트럼프 대통령 방한 전에 관세 후속 협상의 물꼬를 터는 것이 바람직하다. 특히, 방한 일정과 정상회담 개최를 관세 협상 압박 카드로 쓰는 듯한 모양새는 향후 한·미 동맹의 미래를 위해 도움이 되지 않는다.

지금 미국이 희망해온 조선·반도체·원전 등 한국 기업의 협력이 필요한 사업이 후속 협상 지연으로 진척되지 못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미 해군 창건 250주년 기념식 연설에서 “수천억 달러의 투자와 인력이 조선소를 부활시키고 해군 역사상 그 어느 때보다 많은 함정을 건조 중”이라고 했는데, 조선소 부활과 함정 건조는 동맹인 한국과 일본이 아닌 누가 진행하고 있다는 말인가. 한·미·일 3국은 이번 APEC 정상회의 기간 한·미, 한·일 정상회담을 통해 느슨해진 3국 협력 체제를 강화하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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