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경업 전략사업본부장 겸 논설위원

한비자(韓非子)는 중국 전국 시대 말기에 활약한 법가(法家) 사상가로, 본명은 한비(韓非)이다. 그는 법치주의를 중심으로 한 통치 철학을 확립한 인물로 유명하다. 법가는 중국의 제자백가(諸子百家) 가운데 법의 다스림(法治)을 통해 부국강병과 체제 개혁을 모색하고자 했던 유파다.
한비자는 현실적이고도 엄격한 법률을 기반으로 하는 정치사상을 펼쳤다. 그의 정치이론은 진(秦)나라와 한(漢)나라가 발전할 수 있는 기반을 다졌다. 그는 타고난 글재주로 인간과 권력의 상관관계에 대해 깊이 있는 통찰력을 제공하는 명저 ‘한비자’를 남겼다.
▲한비자는 외저설(外儲說) 유도(有度)편에서 법으로 나라를 다스리는 이법치국(以法治國)을 주창했다. 그는 이 편에서 “법을 받드는 사람이 강하면 강한 나라가 되고(奉法者强 則國强ㆍ봉법자강 즉국강), 법을 받드는 자가 약하면 약한 나라가 된다(奉法者强 則國强ㆍ봉법자약 즉국약)”고 했다.
한비자는 그러면서 “법은 지위가 높은 사람이라고 해서 그 편에 들지 않고(法不阿貴ㆍ법불아귀), 먹줄은 나무가 굽었다 하여 같이 휘지 않는다(繩不橈曲ㆍ승불요곡)”고 역설했다. 즉 법이 모든 이에게 하나의 잣대로 변함없이 적용되어(法莫如一而固ㆍ법막여일이고) 다스려지는 것이 그가 그린 이상적인 법치국가의 모습이었다.
▲그렇다. 법불아귀는 한비자 유도편에서 유래하는 고사성어다. 이 성어는 ‘법 법(法)+아닐 불(不)+언덕 아(阿)+귀할 귀(貴)’로 이뤄졌다. 법은 귀한 자에게 아부하지 않는다는 의미다. 법은 만인 앞에 평등해야 한다며 법의 형평성과 공정성을 강조한 글귀다.
유의어론 사사로운 정에 구애되지 않는다는 철면무사(鐵面無私)와 법을 공정하게 집행한다는 병공집법(秉公執法)이 있다. 반의어론 사리에 따라 법을 왜곡한다는 순사왕법(徇私枉法)이 있다.
▲법은 국가의 강제력을 수반하는 사회 규범이다. 국가 및 공공 기관이 제정한 법률, 명령, 규칙, 조례 따위가 해당된다. 그리고 법을 지키지 않으면 강제적 제재가 가해진다. 그 과정서 강제력이 힘 있는 권력자나 돈 있는 부자를 피해 가면 법이 아니다.
누구에게나 공평하다는 법 정신이 현실에서 살아 숨을 쉬려면 신분고하를 막론하고 사안의 실체와 경중에 따라 똑같이 적용돼야 한다. ‘내란ㆍ김건희ㆍ채상병’ 등 이른바 3대 특검이 본격적으로 가동되고 있다. 과연 법불아귀가 실현될 수 있을 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