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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해양굴기에 대한 미국의 견제가 본격화하자 국내 조선·해운업계가 반사이익을 누릴 수 있다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중국 최대 해운업체인 코스코가 미국 국방부의 블랙리스트에 포함돼 미주 물동량이 줄어들 수 밖에 없는데 더해 선복량을 늘리려는 해운사들의 신규 발주 물량은 한국 조선소를 향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무역대표부(USTR)가 중국 선사 및 중국산 선박과 관련한 국제 해상 운송 서비스에 수수료를 부과하기로 한 것은 세계 조선‧해운시장에서 중국의 영향력 확대를 막기 위해서다.
세계 해운업계 4위인 코스코 그룹은 선복량 기준 전세계 시장 점유율이 10.6%에 이르는 상황이다. 아울러 중국 조선업은 지난해 세계 시장에서 신규 선박 수주 점유율이 70.6%까지 확대됐다. 컨테이너선 점유율은 액화천연가스(LNG) 추진선을 기준으로 80%에 달한다. 글로벌 컨테이너 발주 물량을 중국이 싹쓸이하고 있는 셈이다. 반면 한때 글로벌 조선시장을 호령했던 미국의 점유율은 1% 이하로 추락했다.
미국 제조업의 부활을 외친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의 조선·해운 업체들에 본격적으로 철퇴를 가하고 나서자 국내 업체들이 반사이익을 누릴 가능성은 커졌다. 우선 HMM(011200) 등 국내 해운사는 코스코의 물동량을 흡수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적지 않다. 글로벌 화주들이 아시아와 유럽, 북미 등의 노선에서 강점을 지녔던 코스코 대신 HMM 등 한국 해운사를 유력한 대안으로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의 대중 견제 조치가 발표되기 한참 전부터 HMM은 북미 노선 강화 전략을 세우고 이달부터 대서양을 통해 유럽과 미주를 연결하는 새 노선에 관한 영업에 돌입해 컨테이너선 10척을 투입했다.
컨테이너선 건조에서 중국의 경쟁력에 밀렸던 국내 조선업계는 글로벌 선사들이 중국 조선소를 기피하는 모습이 나타나 벌써 반사이익이 생기고 있다. 조선 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5위 해운사인 독일 하파그로이드는 한화오션(042660)에 1조 8000억 원 규모의 LNG 이중 연료 추진 컨테이너선 6척을 발주하는 안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다. 당초 하파그로이드는 지난해 10월 중국 양쯔장조선과 컨테이너선 12척 건조 계약을 맺고 추가로 6척을 발주할 수 있다는 옵션 조항을 넣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중국산 선박에 수수료를 부과할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되자 중국산 선박을 추가 확보하는 것에 부담을 느끼고 국내 조선사에 발주하기로 방침을 바꾼 것이다.
앞서 1월에는 HD한국조선해양(009540)이 프랑스 선사로부터 3조 7160억 원 규모의 LNG 이중 연료 추진 컨테이너선 12척 건조 계약을 체결했다. 삼성중공업도 LNG운반선 1척을 3796억 원에 수주했다. 이런 성과를 토대로 한국은 1월 전 세계 선박 수주량의 62%를 차지하며 1위에 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