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IPTV 가입자 감소 우려하는 듯
CJ ENM 지속 설득 중이나 합병 불투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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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빙과 웨이브가 양사 합병을 논의한 지 1년이 넘었으나 여전히 답보 상태다. 티빙의 2대 주주인 KT가 유료방송 1위 입지가 흔들릴 것을 우려해 최종 협상안에 동의하지 못하고 있어서다.
23일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업계에 따르면 CJ ENM과 자회사 티빙은 KT를 지속 설득하면서 합병 동의를 여전히 기다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KT를 제외한 티빙과 웨이브의 주요 주주들의 합의한 상태다. 만일 KT가 협상안에 찬성하면 양사는 본계약 체결 후 공정거래위원회의 기업결합심사를 거쳐 합치게 된다.
티빙과 웨이브가 합병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건 2023년 12월이다. 이후 이듬해 상반기 본계약이 체결될 것이란 전망이 나왔으나 합의가 지금까지 지연돼왔다. 양사는 합병할 경우 가입자와 월간활성이용자수(MAU)가 유의미하게 증가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최주희 티빙 대표에 따르면 티빙과 웨이브에 모두 가입한 중복 이용자는 전체의 30% 미만이다.
KT는 IPTV 가입자 감소를 우려해 협상안 동의를 미루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KT는 “국내 유료방송 전반에 대한 영향뿐 아니라 KT그룹과 티빙의 전략적 파트너십에 미치는 영향, 티빙 주주로서 주주가치 제고에 유리한 지 여부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검토 중”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KT는 최근 티빙과 웨이브 합병이 유료방송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해 발표하기도 했다. 이선미 KT 연구원은 지난 15일 한국엔터테인먼트학회논문지에 실린 ‘OTT 서비스와 유료방송 이용 간 관계에 관한 연구’를 통해 넷플릭스 등 글로벌 OTT는 IPTV 등 유료방송 가입 여부와 무관한 반면, 티빙과 웨이브는 유료방송 가입자 이용률을 낮추는 경향을 보였다고 밝혔다.
티빙과 웨이브는 콘텐츠 유사성이 높아 유료방송을 대체하는 경우가 많았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티빙과 웨이브 합병 시 이러한 추세가 더 빨리질 것으로 전망했다. 이 연구원은 “이번 연구 결과를 고려하면 현재 국내 OTT 성장 집중 정책은 전체 미디어 생태계의 지속적인 발전을 함께 고려하는 방향으로 확대돼야 한다”고 말했다.
합병이 늦어지는 가운데 넷플릭스는 1위 굳히기에 나서고 있다. 앱·리테일 분석 서비스 와이즈앱·리테일에 따르면 지난달에는 MAU 1416만명을 기록하며 전월(1317만명)에 이어 역대 최대치를 경신했다.
만일 KT가 최종적으로 협상안에 동의해 티빙과 웨이브가 본계약을 체결하게 되면 공정위 기업결합심사는 속도를 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기업결합심사에는 주식취득, 임원 겸임, 합병, 영업양수도, 새로운 회사 설립 참여 등 5가지 형태가 있는데, CJ ENM은 지난해 말 이 중 임원 겸임 심사를 신청했다.
임원 겸임 형태의 기업결합은 과반 이상의 주주 의결만 확보하면 된다. KT의 동의 없이 CJ ENM, SK스퀘어 등 최대 주주와 다른 주요 주주의 동의로도 충분하다.
웨이브 최대 주주인 SK스퀘어와 CJ ENM는 작년 11월 사업 결합을 위해 2500억원대의 전략적 투자를 단행하기도 했다. 이들은 각각 1500억원, 1000억원을 웨이브에 투자했다. 양사 모두 웨이브가 새롭게 발행한 전환사채를 취득하는 방식이다. 합병에 더욱 속도를 내기 위한 방안의 일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