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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ETV=김주영 기자] 롯데케미칼이 파키스탄 자회사 LCPL(LOTTE CHEMICAL Pakistan Limited)를 2023년에 매각하고자 했지만 무산됐고 2년이 흐른 올해 새로운 인수자에게 팔았다. 이 과정에서 매각가가 과거에 비해 절반 이하로 떨어진 것으로 확인됐다.
LCPL의 안정적인 실적에도 불구하고 파키스탄 경제의 불안정성이 높아지면서 롯데케미칼로서는 사실상 매각에 따른 차익을 최소화할 수밖에 없었던 것으로 분석된다. 2023년 당시 파키스탄 법인의 매각가는 1924억원이었지만 최근 성사된 거래의 매각가는 979억원으로 책정됐다.
2023년 1월 롯데케미칼은 2023년 1월 LCPL을 파키스탄 화학기업 럭키코어인더스트리스(Lucky Core Industries)에 매각한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당시 파키스탄의 경제 상황이 급격히 악화하면서 계약이 무산됐다.
IMF 구제금융 체제에 들어선 파키스탄 정부가 외환 반출을 제한했고 환율 변동성이 심화하면서 롯데케미칼이 매각 대금을 회수하는 데 상당한 리스크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여기에 현지 경쟁당국의 기업결합 승인 절차가 지연되면서 거래가 원활하게 진행되지 못했고 결국 매각은 무산됐다.
이후 롯데케미칼은 새로운 매각 대상을 찾아 다시 협상을 진행했다. LCPL은 어려운 상황에도 지난해 매출 5320억원, 영업이익198억원을 기록했다. 이러한 실적을 보면 롯데케미칼은 LCPL의 매각을 서두를 필요가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롯데케미칼은 장기적으로 기초소재(PTA) 사업 비중을 줄이고 배터리 소재 친환경 플라스틱 등 고부가 스페셜티 소재 중심으로 사업을 재편하는 전략을 추진하면서 LCPL 매각이 불가피했다고 설명했다. LCPL 자체 사업 경쟁력보다는 롯데케미칼 전반에 걸친 위기가 매각을 진행하게 된 배경으로 꼽힌다.
롯데케미칼은 지난 19일 이사회를 열고 LCPL 보유 지분 75.01%를 파키스탄 사모펀드 API(AsiaPak Investments Limited)와 UAE 석유 유통사 Montage Oil DMCC에 매각하기로 결정했다. 최종 매각가는 979억원으로 당초 2023년 발표했던 금액보다 49.14% 낮아졌다.
일각에서는 롯데케미칼이 경영난으로 인해 LCPL을 급하게 매각한 것이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롯데케미칼의 2024년 4분기 실적을 보면 매출은 4조8960억원으로 전년 동기(4조9052억원) 대비 0.2% 감소했고 영업손실은 2347억원으로 적자가 지속됐다. 특히 당기순손실은 1조1206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627.6% 증가했다.
그러나 롯데케미칼은 이번 매각이 단순한 재무 악화 때문이 아니라 사업 구조 개편의 일환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매각가가 낮아진 주요 요인으로는 환율 변동과 계약 상대방 변경이 있다. 여기에 화학 업계에서 범용 소재의 공급 과잉이 2년 전보다 더욱 심화되면서 LCPL과 같은 공장의 시장 가치가 이전보다 낮아진 점도 영향을 미쳤다.
또한 파키스탄 경제가 여전히 불안정한 상황에서 해외 기업들이 신중한 접근을 보이면서 롯데케미칼이 처음 제시했던 조건보다 낮은 가격에 협상이 마무리된 것으로 분석된다.
이번 매각을 통해 롯데케미칼이 확보한 총 금액은 1275억원이다. 이는 매각 대금 979억원과 2022년부터 2024년까지 미수령했던 배당금 296억원을 포함한 금액이다. 롯데케미칼은 이번 매각을 통해 확보한 자금을 신사업에 적극적으로 활용하겠다는 입장이다.
롯데케미칼 관계자는 “회사의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 사업 포트폴리오를 조정하고 있다”며 “이번 매각을 계기로 기초소재 사업 비중을 줄이고 배터리 소재 친환경 플라스틱 등 고부가 스페셜티 사업에 집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