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신흥국(EM)지수에서 한국이 차지하는 비중이 반년 만에 2%포인트 넘게 확대되면서 11% 수준을 회복했다. 글로벌 주요 상장지수펀드(ETF)들이 올해 성과가 좋은 국내 주식 비중을 점차 늘리며 외국인 투자 자금이 유입되는 경로가 됐다는 분석이다.
14일 모건스탠리 자회사인 MSCI에 따르면 9월 말 기준 신흥국 지수 내 한국 시가총액이 차지하는 비중은 10.97%를 기록했다. 지난해 12월 비상계엄 사태로 10% 미만으로 축소된 데 이어 올해 3월 8.99%로 1998년 외환위기 이후 최저 수준까지 하락했다가 증시 회복과 함께 지수 내 비중도 늘어난 것이다. 올 3월 이후 한국(1.98포인트)과 대만(2.58%포인트) 비중이 크게 늘어난 반면 중국(-0.13%포인트)과 인도(-3.30%포인트) 비중이 축소된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가가 큰 폭으로 반등한 결과 MSCI 신흥국 지수 내 기업 비중도 각각 2.92%, 1.39%까지 확대됐다. 지난해 말까지만 해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비중은 각각 2.25%, 0.84% 수준에 불과했다. 다만 TSMC(10.87%), 텐센트(5.63%), 알리바바(4.02%) 등 중국·대만의 주요 기업 시총 비중에 비하면 여전히 낮은 수준이다.
MSCI 지수가 전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이 큰 글로벌 주가 지수인 만큼 추종 자금 움직임도 크게 나타났다. 한화투자증권은 올해 하반기 들어 미국 시장에서 MSCI 신흥국지수, MSCI 한국지수 등을 추종하는 ETF를 통해 국내로 유입된 주식 투자 자금을 3조 2000억 원으로 추정했다. 영국 시장에서도 MSCI 신흥국지수와 방산 ETF를 통해 9000억 원이 유입됐다는 분석이다.
특히 글로벌 방산 투자 펀드인 ‘반에크 디펜스 UCITS ETF’ 내 한국 비중은 지난해 말 4.9%에서 이달 11.7%까지 두 배 이상 증가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비중이 7.21%로 전체 32개 종목 가운데 다섯 번째로 높다. 해당 펀드의 운용 자산 규모는 78억 달러(약 11조 원)로 국내 최대 방산 ETF인 ‘PLUS K방산(1조 1800억 원)’보다 10배 크다.
한시화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해외 ETF 시장에서 국내 주식시장으로 패시브 자금이 5주 연속 유입되고 있다”며 “올해 국내 증시가 글로벌 주식시장 성과를 웃돌면서 주요 지수 내 한국 비중이 늘어난 영향”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