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운용자산이 1조 6600억 달러(약 2370조 원)에 달하는 글로벌 자산운용사 프랭클린템플턴이 한국을 신흥시장 투자의 핵심 국가로 꼽았다. 반도체를 비롯해 방산·조선·K-뷰티·의료관광 등 산업 전반에서 다각화한 성장 동력을 확보하며 신흥시장 랠리를 주도하고 있다는 평가다.
프랭클린템플턴은 최근 보고서에서 “신흥시장이 글로벌 성장의 주도권을 되찾고 있다”며 “그중에서도 한국은 산업·문화·헬스케어가 교차하는 매력적인 투자처”라고 밝혔다.
올 들어 지난달 23일까지 신흥시장 주식은 달러 기준으로 28% 이상의 수익률을 기록하며 미국 대표 지수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의 수익률 14%에 두 배에 달하는 성과를 냈다. 같은 기간 한국 증시는 61% 오르며 같은 신흥국으로 분류되는 중국(37%)을 제치고 랠리를 이끌었다.
디나 팅 프랭클린템플턴 글로벌 인덱스 포트폴리오 운용 총괄은 “신흥시장이 다시 글로벌 성장의 주도권을 되찾으면서 신흥시장 투자 여부보다 어떤 신흥시장국에 투자하느냐가 관건이 됐다"고 강조했다.
한국 증시 반등의 중심에는 반도체가 있다. 글로벌 메모리 수요 회복과 인공지능(AI) 투자가 맞물리며 기술 섹터 전반의 실적이 개선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프랭클린템플턴은 “한국은 반도체 제조 분야의 선도적 지위를 기반으로 AI 수요 확대의 직접 수혜를 받고 있다”고 평가했다.
프랭클린템플턴은 한국 증시가 반도체에만 의존하지 않는다는 점도 강조했다. 올 한국 증시에서 통신·기술·산업 등 상위 3개 섹터가 각각 약 20%씩 비중을 차지하며 구조적 안정성이 과거 대비 높아졌다는 분석이다.
방위산업 역시 한국 경제의 새 성장축으로 부상했다. 방산 수출액은 2010년대 초 30억 달러에서 2022년 173억 달러로 급증하며 세계 10대 무기 수출국 반열에 올랐다. 단순 부품 수출을 넘어 전차·포병·항공기 등 완제품 시스템을 수출하는 단계로 발전했다.
조선업에서도 한국은 미국의 전략적 파트너로 주목받고 있다. 세계 2위 조선 강국인 한국은 고부가 선종 중심의 기술력을 앞세워 미국의 산업재건 전략에서 핵심적 역할을 맡을 것으로 전망된다.
소비재와 문화산업에서는 K-뷰티와 K-컬처의 상승세가 두드러진다. 올해 상반기 한국의 화장품 수출액은 55억 1000만 달러로 사상 최대치를 경신했다. 일시적으로 미국을 제치고 프랑스에 이어 세계 2위 화장품 수출국에 오르기도 했다. 프랭클린템플턴은 “K-뷰티가 K-팝·드라마와 결합해 글로벌 브랜드 가치를 높이고 있다”고 평가했다.
프랭클린템플턴은 의료관광도 한국의 유망 산업으로 꼽았다. 외국인 환자 수는 지난해 60만 명에서 올해 117만 명으로 두 배 가까이 늘었다. 정부가 전용 비자와 보조금, 홍보 정책을 확대하며 한국이 아시아 의료관광 허브로 부상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