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에 어떻게 투자해도 비공개…다이슨·앨런도 돈 싸들고 왔다 [시그널]

2025-10-13

싱가포르 현지 관계자들은 패밀리오피스 산업의 성장을 통해 투자 유치와 일자리 창출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싱가포르 정부가 고액 자산가에 세제 혜택을 주는 동시에 중산층과 서민에게는 주거 안정을 확실하게 보장해 주기 때문에 계층 간 논란이 거의 없다고 설명했다. 기본적으로 싱가포르는 초소형 국가이고 부존자원이나 제조업 기반이 한국보다 약하기 때문에 정부가 강력한 통제권을 쥐고 논란을 드러낼 소지를 막는 게 가능하다. 특히 싱가포르는 정부가 패밀리오피스 산업을 지원해 경제성장을 일으킨다는 신뢰를 국민에게 주고 있다는 점에서 한국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13일 싱가포르 패밀리오피스 산업을 주관하는 싱가포르 통화청에 따르면 2024년 말 싱가포르에 등록된 패밀리오피스의 숫자는 2000개다. 이는 단일 가문을 위한 싱글패밀리오피스(SFO)와 여러 가문을 위한 멀티패밀리오피스(MFO)를 합친 규모로 2020년 400개에 불과한 것에 비하면 비약적인 성장이다. 맥킨지 보고서에 따르면 2023년 말 기준으로 싱가포르에 자산을 옮긴 각국 고액 자산가의 자산 규모는 총 1592조 원에 달한다.

싱가포르 업계 관계자들은 인구 604만 명인 싱가포르의 2025년 1인당 명목 국내총생산(GDP)이 전 세계 4위인 9만 2932달러(약 1억 3269만 원)로 32위인 한국(4946만 원)을 3배 가까이 추월한 요인 중 하나로 패밀리오피스를 통한 투자 유치를 꼽았다. 인도 출신 창업가가 설립해 패밀리오피스 출자를 받은 라이트하우스 캔톤의 김원기 전무는 “한국도 싱가포르처럼 패밀리오피스 육성 쪽으로 가야 한다”면서 “패밀리오피스를 통한 자본시장 성장성이 매우 크다”고 설명했다.

이미 싱가포르에는 구글 공동 창업자 세르게이 브린, 마이크로소프트 공동 창업자 폴 앨런, 영국 가전 기업 다이슨의 창업주인 제임스 다이슨, 헤지펀드 대가인 레이 달리오가 패밀리오피스를 설립했다.

싱가포르 정부는 고액 자산가를 끌어오기 위해 단순히 상속증여세 면제뿐만 아니라 설립 이후 운영 과정에서 끊임없이 필요한 지원을 이어갔다. 특히 가족기업에서 출발해 기업과 자산을 창업주 이후 2~3세가 이어받는 과정에서 나올 수 있는 분쟁을 막는 가변자본회사(VCC)는 고액 자산가들이 앞다퉈 싱가포르에 둥지를 튼 기반이 됐다.

VCC 구조는 여러 개의 펀드를 하나의 투자법인 아래 두고 각각 다른 자녀의 전용으로 하거나 서로 다른 대상에 투자하도록 했다. 싱가포르 업계 관계자는 “하나의 우산 속에서 어떤 자산에 어떻게 투자하고 어느 자녀에게 얼마가 돌아가는지 정부는 물론 가족끼리도 알 수 없다”면서 “가족 간 분쟁을 막는 효과적인 구조”라고 설명했다. 싱가포르는 과세 면제 기준을 개별 법인 투자 규모 기준에서 각 법인 통합으로 바꿔 실질적인 면세 기준을 크게 낮췄다.

물론 싱가포르 역시 패밀리오피스 산업 육성을 통해 분명한 반대급부를 얻어간다. 최소 10%는 싱가포르에 투자해야 하고 펀드매니저·회계사·변호사 등 싱가포르 국적의 전문 인력을 6명 이상 고용해야 한다. 부동산 투자에 대해서는 높은 과세를 부과하고 재단을 설립해 싱가포르에 기부하도록 유도하는 것도 싱가포르 정부의 방침이다.

치홍탓 싱가포르 국가개발부 장관은 지난달 29일 싱가포르에서 열린 WMI 글로벌·아시아 패밀리오피스 서밋에서 “1년 이상 걸리던 싱글패밀리오피스 승인 신청을 3개월로 앞당길 것”이라고 했다. 최근 패밀리오피스 인가 기간이 1년 이상 지연되자 정부 차원에서 다시 한번 지원을 약속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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