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상자산 업계 인수합병(M&A) 발표가 잇따르고 있다. 차세대 결제 시장 주도권을 확보하려는 움직임이 본격화되면 금융기업과 가상자산 기업 간 합종연횡이 빠르게 진행되는 양상이다.
13일 미국 투자은행(IB) 아키텍트 파트너스가 발표한 '가상자산 M&A와 자금조달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3분기 글로벌 가상자산 업계에서 M&A 발표는 총 96건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33건)보다 3배 가까이 증가한 수준이다.
이중 가상자산 매매 및 중개 분야에서만 11건으로 집계됐다. 직전분기(5건) 대비 두 배 이상 늘어난 규모다.
보고서는 “전통 금융 서비스 기업이 디지털자산 전문 기업을 인수하는 브릿지 트랜잭션과 거래소 간 인수합병이 균형 있게 이루어지고 있다”며 “향후 몇 분기 동안 M&A 시장은 건강하고 활발한 환경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지난달 영국 IG그룹이 가상자산 거래소 인디펜던트 리저브를 인수한 것과 지난 7월 호주 가상자산 거래소 스위프트엑스가 고액자산가 대상 브로커리지인 케일럽앤브라운을 인수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이 같은 흐름은 스테이블코인을 중심으로 한 결제 인프라 경쟁에서도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미국 암호화폐 거래소 코인베이스와 글로벌 결제사 마스터카드는 최근 스테이블코인 결제 인프라를 구축해온 영국 핀테크 기업 BVNK 인수를 놓고 막바지 협상을 진행 중이다.
거래 규모는 25억달러(약 3조5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알려졌으며, 성사될 경우 스테이블코인 분야 최대 규모의 M&A로 기록될 전망이다. 양사는 블록체인 기반 결제 인프라를 확보해 글로벌 기업간거래(B2B) 결제 시장에서 우위를 점하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이 밖에도 글로벌 결제 기업들의 디지털자산 인프라 확보 경쟁이 이어지고 있다. 미국 문페이는 지난달 가상자산 결제 인프라 스타트업 메소(Meso)를 품에 안았다. 홍콩 기반 브로커리지 솔로윈홀딩스도 스테이블코인 결제 기술을 보유한 앨로이엑스(Alloyx)를 약 3억5000만달러(약 5000억원)에 사들였다. 리플은 결제 네트워크 기업 레일(Rail)을 2억달러(약 2855억원)에 인수하며, 블록체인 기반 결제망 확장에 나섰다.
국내에서도 유사한 흐름이 감지된다. 네이버는 국내 1위 가상자산 거래소 업비트를 운영하는 두나무와 포괄적 주식교환을 추진 중이다. 업계에서는 두나무가 네이버파이낸셜의 100% 자회사로 편입될 경우, 네이버가 간편결제와 디지털자산을 아우르는 통합 금융 플랫폼으로 진화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 경우 네이버는 결제 네트워크부터 자산 토큰화, 스테이블코인 기반 정산까지 포괄하는 디지털 금융 인프라 전반을 내재화하게 된다.
박유민 기자 newmi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