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루 아카이브'와 유사한 '프로젝트 KV' 내놓은 디나미스 원... 경찰 수사 진행
자사 게임 저작권 지키는 데 힘 쏟는 엔씨소프트... '리니지 라이크' 범람 속 경쟁력 지키기
좁아지고 있는 '흥행' 관문... 유망한 IP 대한 권리 확보하기 위해 총력 기울이는 것으로 보여

[녹색경제신문 = 이지웅 기자] IP의 저작권을 둘러싼 게임사들의 법적 공방이 한창이다. IP의 중요도가 지속적으로 높아지고 있는 시점에서, 경쟁력과 직결된 지적 자산을 지키기 위한 움직임이 계속해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최근에는 넥슨코리아가 아이언메이스를 상대로 진행한 민사소송의 1심 판결이 나왔다.
넥슨코리아는 지난 2021년 아이언메이스가 ‘다크 앤 다커’를 만들면서 저작권 및 영업비밀에 대한 권리를 침해했다고 주장했다. 법원은 ‘다크 앤 다커’와 넥슨에서 제작하던 ‘프로젝트 P3’ 사이에 법적으로 유의미한 유사성이 없다고 판단하면서 저작권 침해는 인정하지 않았다.
다만 ‘다크 앤 다커’가 넥슨코리아에 귀속되는 지적 재산권을 유용한 결과물이라고 보면서 이를 영업 침해 행위로 규정, 아이언메이스에게 85억원의 배상금을 청구했다.
넥슨게임즈에도 유사한 사례가 발생했다.
디나미스 원은 넥슨게임즈에서 재직한 경력이 있는 박병림 PD가 설립한 게임 개발사다. 설립 이후 ‘프로젝트 KV’를 대중들에게 공개했다. 그러나 해당 게임과 넥슨게임즈의 ‘블루 아카이브’ 사이의 유사성이 대두되면서 논란이 일자 개발을 취소했다.
넥슨게임즈 측은 입장문을 통해 “디나미스 원이 자사의 비공개 프로젝트인 ‘MX BLADE’의 핵심 정보를 무단으로 유출하고 이를 개발에 활용하기로 모의한 정황을 포착했다”며 “이번 사안에 대한 경찰 수사에 최선을 다해 협조하면서 엄중한 책임을 물을 방침”이라 전했다.
이와 함께 엔씨소프트는 ‘리니지’ IP에 대한 확고한 권한을 얻기 위해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해당 회사는 총 3종의 게임에 대해 법적 공방을 벌이고 있다.
대상이 된 게임은 웹젠 ‘R2M’, 레드랩게임즈 ‘롬: 리멤버 오브 마제스티’, 엑스엘게임즈 ‘아키에이지 워’다. 엔씨소프트는 해당 게임들이 각각 ‘리니지M’, ‘리니지W’, ‘리니지2M’의 콘텐츠를 모방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중 ‘R2M’과 관련된 사안에서, 법원은 ‘R2M’이 ‘리니지M’의 저작권을 침해한 저작물이라고는 보지 않았다. 다만 해당 게임이 ‘리니지M’의 종합적인 시스템을 모방했다는 사실은 인정한 후,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에 근거해 웹젠이 엔씨소프트에게 10억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이후 엔씨소프트는 배상 금액을 600억으로 확장한 2심 소송을 제기했다.
반면 ‘아키에이지 워’와 관련된 1심 소송에서는 패소했다. ‘롬: 리멤버 오브 마제스티’에 대한 법적 공방은 4월 18일에 한 차례 더 이뤄질 예정이다.
업계에서는 이러한 ‘저작권’ 싸움에서 해당 권리를 법원으로부터 인정받기는 힘들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여타 저작물과 달리, 게임은 여러가지 창작 요소들이 결합돼 있다. 이에 특정 게임의 저작권을 따질 경우에는 해당 게임의 구성 요소들이 선택·배열·조합되는 과정에서 독자적인 창작적 개성이 발현되는 지 고려된다. 게임의 장르 및 기본적인 문법이 확립된 현 시점에서, 이러한 측면에서의 독창성을 뚜렷하게 갖춘 게임은 찾아보기 힘들다. 이 같은 문맥에서 ‘다크 앤 다커’가 ‘프로젝트 P3’의 저작권을 침해한 결과물이 아니라는 판단이 나온 것으로 풀이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게임 회사가 보유하고 있는 IP의 중요도가 점차 높아지고 있는 현 상황에서 이러한 법적 분쟁이 이어질 수 밖에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국내외 할 것 없이 다양한 신작들이 계속해서 출시되고 있는 가운데, 기존 흥행작들의 ‘틈바구니’를 비집고 들어간 게임은 손에 꼽는다. 시장 조사 업체 뉴주가 발행한 ‘PC 콘솔 게이밍 보고서’에 의하면, 2023년 기준 전체 게임들 중 당년도에 출시된 신작 게임들이 차지한 플레이 시간 비중은 8%에 그쳤다.
모바일 게임 시장에서도 이러한 현상이 읽힌다. 당장 국내 게임 시장에서도 ‘리니지M’을 비롯해 ‘라스트 워: 서바이벌’, ‘화이트 아웃 서바이벌’ 같은 게임들이 매출 상위권에서 ‘장기 집권’하고 있는 모양새다.
뒤집어 말하면, 강력한 IP를 확보하는 데 성공하는 경우 확실한 ‘캐쉬카우’를 가져올 수 있다는 뜻이다. 이에 게임사들이 ‘싹수’가 보이는 IP들을 지켜내기 위해 각고의 노력을 쏟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특히 엔씨소프트의 경우 소위 말하는 ‘리니지 라이크’ 게임들이 우후죽순 출시하면서 ‘본가’의 경쟁력을 다소 잃어버린 상태다. 엔씨소프트의 2024년 매출은 2022년 대비 38.64% 감소했다. 이에 자사 IP를 보호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움직이고 있는 것으로 읽힌다.
업계 관계자는 “소송에 얽혀있는 회사들이 상급 법원의 판단을 받겠다고 공언한 경우가 많은 만큼 이와 관련한 법리적인 판단이 나오기 까지는 많은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며 “결과를 떠나 이러한 사례들이 업계 전반에 경종을 울림으로써 보다 경쟁력 있고 독창적인 게임들이 제작될 수 있는 환경이 갖춰지길 바란다”고 전했다.
이지웅 기자 game@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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