삿포로 신치토세 공항에서 차를 빌리자마자 냅다 북쪽으로 달렸다. 지토세에서 일본 최북단 와카나이까지는 차로 360㎞, 쉬지 않고 가도 5시간 넘게 걸린다. 오후 2시쯤 출발했으니 캄캄할 때 도착할 테지만 첫날 뭐라도 하나 건져야겠다는 생각에 미리 찍어둔 마시케 골프장에 들렀다.
삿포로와 와카나이 중간쯤에 있는 마시케는 작은 바닷가 마을이다. 한적한 시골의 소박한 골프장이 여행 첫날 들를 경유지로 괜찮아 보였다. 붐비지 않는 곳이라 일본 골프장 완전정복 첫 스파링 파트너로 만만해 보였던 것도 중요한 이유였다.
은근 기대를 했다. 그러나 첫 골프장인 마시케의 주차장엔 차가 두 대밖에 없었다. 해가 기울고 있긴 했지만 손님이 가장 많은 일요일이어서 의아했다. 너무 썰렁한 데다 클럽하우스는 방치된 창고처럼 보여 혹시 폐업한 게 아닐까 걱정도 됐다.
폐업은 아니었다. 손님이 없어 일찌감치 영업을 마친 거였다. 클럽하우스를 지키는 70대의 노인은 “골프장 잠시 둘러보는 건 되지만 다른 사람의 프라이버시를 침범할 수 있으니 사진은 찍으면 안 된다”고 했다. 코스에 아무도 없는데 프라이버시는 남아 있는 건가.
편의점에서 청승맞게 계란 샌드위치와 우유를 먹다가 슬슬 걱정이 됐다. 저렇게 허름한 골프장에서도 거절당했는데 다른 골프장은 얼마나 더 심할까. 절차를 중시하는 일본에 연락도 없이 무작정 찾아간 나의 만용이 후회됐다.
일본 최고의 해안도로로 꼽히는 오로론라인(オロロンライン)에 접어들었다. 오로론라인은 오타루와 와카나이를 연결하는 총 320㎞ 정도 도로다. 대부분 바다를 끼고 있거나 바다가 보인다. 오로론은 이 지역 바닷새가 우는 소리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