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서 규제에 가로막혔던 분산형 임상시험(DCT)이 첫 발을 뗀다. 정부는 오는 2027년까지 경증질환 관련 6건의 임상시험을 수행하며 한국형 DCT 모델을 정립하기로 했다.
국가임상시험지원재단은 22일 서울 마포구 재단 회의실에서 '분산형 임상시험 신기술 개발 연구 시범사업' 설명회를 갖고 추진 계획을 발표했다.
분산형 임상시험은 환자가 임상시험 실시기관을 방문하지 않고도 자택에서 참여하는 것을 말한다. 보통 온라인 환자 모집, 전자서명, 원격 데이터 모니터링 등 정보통신기술(ICT)을 활용한다. 세계적으로 분산형 임상시험 활용이 늘고 있지만, 한국은 임상시험을 의료기관 내에서만 실시하도록 규정한 현행 약사법 규정 등으로 한계가 있었다.
보건복지부는 지난해 말 보건의료기본법을 근거로 분산형 임상시험 제도화를 위한 시범사업을 승인했다. 이번 시범사업은 국가임상시험지원재단이 총괄을 맡고, 서울대병원·가천대 길병원·충북대병원·충남대병원 등 7개 기관이 참여한다.
이들 기관은 2027년까지 3년간 우울증, 폐질환, 수면무호흡증, 비만 등 질환에 대해 비대면·원격 방식을 적용한 임상시험을 실시한다. 온라인 환경에서 대상자를 모집하고, 전자적 매체를 통한 전자동의, 비대면 방식 임상 진단·상담, 재택 검체 채취·수거 등 분산형 요소를 활용한다. 서울대병원·동국대일산병원·분당차병원은 앞서 우울증 비교임상 연구에 대해 식품의약품안전처 임싱시험계획(IND)을 승인 받았다.
분산형 임상연구는 임상시험 비용을 절감할 뿐만 아니라 임상 인구 다양성을 확보할 수 있어 중요하다. 국내에 분산형 임상연구가 보편화되면 지역 고령층 대상자가 서울 대형병원을 직접 찾지 않고도 임상시험에 참여할 수 있다. 이는 임상 정확도 향상과도 연결된다.
다만 시범사업은 환자 안전성을 최우선으로 한다. 초진은 임상시험기관 대면 진료를 받는 것이 원칙이다. 대상의약품은 현재 판매 중인 의약품으로 한정했다. 분산형 임상시험 핵심인 임상시험용 의약품 전달은 사업 참여 7개 기관에 속하면서 의사, 치과의사, 한의사, 약사 등 전문 자격자가 임상환자에게 직접 전달해야 한다.
재단은 3년간 전통적 임상시험과 다른 분산형 임상시험만의 편익을 찾을 계획이다.
백선우 국가임상시험지원재단 스마트임상시험신기술개발연구사업단장은 “시범사업을 운영하며 한국에서 분산형 임상시험 관련 규제 요소를 찾으려 한다”면서 “시범사업 안팎 이해관계자 의견을 반영해 'K분산형 임상시험' 모델을 찾는 계기가 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송윤섭 기자 sy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