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투식량이었는데…자취생들 ‘밥도둑’ 된 식재료 [FOOD+]

2025-04-24

짭조름한 맛이 밥과 잘 어울리고 조리법도 간편하다. 따끈한 쌀밥 위에 올려 먹으면 특별한 반찬 없어도 한 끼 해결이 가능하다. 찌개에 넣어 음식으로 만들거나 김치볶음밥에 고기 대신 넣으면 맛이 배가 된다. 간편식의 대명사 ‘스팸’ 이야기다. 세계 2차대전 때 군인 식량으로 보급된 이 통조림은 한 세기가 흘러 어떻게 우리 식탁에 오게 됐을까.

스팸은 미국 오스틴에 뿌리를 둔 정육 업체 ‘호멜 식품’ 창업자의 아들 호멜에 의해 탄생했다. 호멜은 제1차 세계대전 당시 프랑스에서 병참 장교로 근무하면서 뼈를 발라낸 가공육 전투식량으로 1926년 세계 최초의 통조림 햄을 개발했다.

호멜은 상품성이 떨어지는 어깻살 등 잡육에 발색제인 아질산나트륨과 방부제를 첨가해 압축한 제품을 만들었는데, 처음엔 ‘호멜 조미햄’으로 불리다 1937년 공모전을 통해 ‘스팸’이라는 이름이 지어졌다.

‘고열량 단백질 덩어리’인 스팸은 제2차 세계대전 중 전투 식량으로 사용돼 널리 퍼졌다.

영국에서는 ‘스팸랜드’라 불릴 정도로 소비량이 많았는데, 식량이 부족했을 때 미국으로부터 구호물자로 스팸이 대량 공급되며 영국민을 구제한 식품이 됐다. 소련군 사이에서도 ‘루스벨트 소시지’라고 불리며 각광을 받았다.

하와이에서는 일본 초밥에 영향을 받은 ‘스팸 무스비(Spam Musubi)’가 탄생했다. 뭉친 밥 위에 조리된 스팸을 올려놓고 김으로 싼 주먹밥 형태로, 현재도 하와이 대표 음식으로 꼽힌다.

우리나라는 한국전쟁 때부터 미군으로부터 지원받은 스팸이 식량난을 해결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휴전 직후에는 주둔한 미군 부대에서 흘러나온 스팸이 유통됐으나, 1987년부터 국내 업체가 호멜 푸드와 정식 기술 제휴를 통해 우리나라에서 가공·생산을 시작했다.

스팸의 편리함과 조리 방법은 한국의 식생활과 잘 맞아떨어졌다. 현재도 다양한 요리에 빼놓을 수 없는 식재료로 이용되고 있다.

저렴한 가격에 먹기 편하고 오래 보관할 수 있다는 장점 덕분에 명절 선물로도 인기가 높다. 실제로 스팸 판매량의 절반 이상이 명절 선물세트에서 나온다고 한다. 영국 BBC는 ‘왜 스팸은 한국에서 고급스러운 음식일까?’ 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스팸은 한국에서 추석 최고 인기 선물”이라고 보도하기도 했다.

최근엔 건강식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스팸의 높은 지방과 나트륨 함량에 대한 논쟁도 이어지고 있다.

‘스팸 클래식’ 성분은 돼지고기 어깻살, 넓적다리살, 식염, 물, 감자 전분, 설탕, 아질산나트륨 등이다. 식품 첨가물로 쓰이는 아질산나트륨은 과다 섭취하면 간과 신장이 손상될 수 있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 조사 결과, 한국인들은 평균적으로 일일섭취허용량 대비 6.8%의 아질산나트륨을 섭취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높은 나트륨 함량도 걱정되는 부분이다. 가급적 조리 전 물에 씻거나 끓는 물에 데쳐서 기름기를 덜어내는 것이 좋다. 사카린나트륨, 산도조절제 등은 수돗물 정도의 찬물에도 어느 정도 씻겨 내려간다.

또 스팸은 단백질 함량이 높지만 질은 낮다. 근육 성장에 필요한 루신 등 필수아미노산도 부족하기 때문에 콩, 쌀과 같은 식품과 곁들이는 것이 좋다. 잘게 썬 스팸에 브로콜리, 양파, 당근 등 채소를 곁들이면 부족한 섬유질을 보충할 수 있다.

스팸을 기름에 굽는 대신 삶는 조리법을 이용하는 것도 좋다. 개봉하지 않은 스팸은 실온에서 보관 가능하지만, 개봉 후에는 반드시 냉장보관하고 24시간 이내 소비하는 것이 좋다.

박윤희 기자 py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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