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듀플러스]“AI는 테슬라인데, 대학은 여전 종이지도 그리고 있다”…대학 평가 제도, AI 시대 못 따라가

2025-11-10

인공지능(AI) 활용이 대학 수업과 평가 전반에 빠르게 확산하고 있지만, 여전히 많은 대학이 암기식·보고서식 시험에 머물러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이러한 평가 구조는 학생들이 AI를 활용하는 과정에서 혼란과 유혹에 빠질 수밖에 없는 환경을 만든다는 것이다.

최근 연세대는 3학년 교양 과목인 '자연어처리와 챗GPT' 수업에서 다수 학생이 생성형 AI를 이용해 답안을 작성한 사실을 확인했다. 대학 측은 “부정행위는 명백히 잘못된 일이나, AI 활용 가이드라인과 비대면 시험 절차는 이미 공지돼 있었다”며 “제도 개선과 세부 지침 정비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대학 관계자들은 이제 대학이 AI 시대에 맞는 새로운 평가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단순 암기나 보고서 제출 중심의 평가에서 벗어나 구술·토론·프레젠테이션 등 대면형·종합형 평가를 확대해야 한다는 것이다.

서울의 한 사립대 첨단학과 교수는 “학교는 시험이 일상이기 때문에 오프라인이 아닌 이상 기업만큼 평가 순간을 통제된 환경을 마련하기 어려운 실정”이라며 “강의 자체가 AI를 배우는 수업인데, 차라리 AI를 허용했으면 어땠을까 싶다”고 말했다.

그는 “기술 수준은 이미 테슬라인데, 학생들에게 종이지도를 그리라고 하는 격”이라며 “AI를 금지하기보다 교수자 입장에서 AI를 활용하면서 아이들을 수준 있게 변별할 수 있는지 고민해야 한다. 교수들이 문제를 새롭게 설계하고, 단순 검색으로 풀 수 없는 창의적 문제를 만들어야 한다”고도 덧붙였다.

전창배 국제인공지능윤리협회 이사장은 “이런 상황은 앞으로도 반복될 수밖에 없다”며 “AI 시대에도 예전처럼 온라인 시험이나 보고서로만 평가하면 학생 절반 이상은 유혹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교수들이 평가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꿔야 한다. 발표식·구술식·토론형 평가 등 학생이 스스로 이해한 내용을 말로 증명할 수 있는 대면형 평가로 전환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또 “학생들도 AI 도구를 사용할 경우, 출처와 활용 목적을 투명하게 밝히는 문화가 필요하다. 논문처럼 명시적으로 기재하는 방식이 바람직하다”고 덧붙였다.

한편 부정행위가 드러난 이후 내려진 '자수하라' 조치에 대해서는 대학 현장의 반응은 냉담하다. 한 사립대 관계자는 “자수한 학생은 불이익을 받고 숨긴 학생은 이득을 보는 구조는 윤리적으로 모순이고 아니면 '넌 자수했으니까' 그 점수를 인정하는 것도 이상한 모양새”라며 “학생 스스로 판단하도록 떠넘긴 부분이 성급하지 않았나 싶다”고 비판했다.'

서울의 한 여대생은 “저라면 자수하지 않았을 것 같다. 자수하면 불이익을 받을 것 같고, 굳이 그냥 기다려 볼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이번 사태는 단순한 'AI 커닝' 논란을 넘어 대학이 AI 시대에 얼마나 준비돼 있는지를 드러낸 사건으로 해석된다.

또 다른 대학 관계자는 “다수 학교가 이번 연세대 사례를 주시하고 있다”며 “AI 시대에 AI 활용 범위를 명확히 설정하고 학생들에게 투명하게 고지한 뒤 평가를 진행해야 하는데 어렵다. AI를 막는 것은 불가능하다. 교수자 간에도 AI 활용 기준이 통일되지 않아 혼란이 반복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전 이사장은 “학생들은 비싼 등록금을 내고 대학을 다니는 목적과 상황을 충분히 인지해야 하고, 교수들은 더 창의적이고 AI를 활용하면서 평가할 수 있는 방향으로 가야 이런 사태를 최소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권미현 기자 mhkwo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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