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AI 시대, 학생을 잇는 네트워크가 교육을 혁신한다

2025-11-10

정부는 출범 이후 '디지털 교육 전면화'를 핵심 국정과제로 추진하고, 교육부는 인공지능(AI) 맞춤형 학습체계 도입을 본격화하고 있다. 이는 단순히 교과서를 전자 형태로 바꾸는 수준이 아니라, 교실 전체의 학습 환경과 학교 운영 체계를 디지털 기반으로 전환하려는 국가적 방향성을 의미한다. 학생 개인의 학습 데이터를 분석하고 AI가 이를 바탕으로 학습 수준을 조정하는 시대에는 교실의 네트워크 품질이 곧 학습의 품질을 결정한다. 디지털 교육의 실현은 결국 교실이 안정적으로 네트워크에 연결돼 있을 때 가능하다.

우리나라 학교 네트워크는 1990년대 말 김대중 정부의 '사이버 코리아 21' 전략에서 출발했다. 당시 전국 초·중·고교를 인터넷으로 연결하는 '학교 인터넷 보급 사업'으로 모든 교실이 처음으로 디지털 세상과 만나게 되었다. 2000년대 초에는 '스쿨넷' 사업으로 초고속망이 보급되었고, 2010년대에는 '스마트교육' 정책을 통해 전자교과서와 무선랜(Wi-Fi) 기반 수업이 본격화되었다. 지난 20여년간 학교 네트워크는 기술과 정책의 변화 속에서 꾸준히 진화해왔으며, 이제는 AI 교육의 핵심 인프라로 자리 잡고 있다.

그러나 최근 전국 6개 시·도교육청이 참여한 '학교 네트워크 진단 및 개선 사업' 결과, 많은 학교가 노후 장비와 복잡한 망 구조로 인해 고품질 통신서비스를 제공하기 어렵다는 점이 드러났다. 교실 간 품질 편차가 크고, 관리 체계가 일관되지 않아 문제 해결에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현장의 지적도 있었다. 이는 단순한 기술 문제가 아니라 학습의 연속성과 학생 경험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교육 인프라의 구조적 과제다.

학교는 이제 단순한 교육 공간을 넘어 지역사회의 복합 생활 인프라로 확장되고 있다. 방과후 돌봄교실, 복합공간 조성, 사물인터넷(IoT) 기반 안전관리 등 다양한 서비스가 동시에 운영되면서 네트워크는 더욱 안정적이고 확장 가능한 구조를 요구받고 있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학교망은 단순한 속도 향상을 넘어 '예측 가능한 품질'을 지속적으로 유지할 수 있는 방향으로 고도화되어야 한다.

현재 대부분의 학교는 무선랜 중심 구조를 유지하고 있으나, 학습용 단말 증가와 교내 서비스 확산으로 관리 효율성에 한계가 드러나고 있다. 특히 AI 기반 학습 환경에서는 순간적인 트래픽 집중이 빈번해 기존 구조로는 안정적 품질 보장이 어렵다. 이에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NIA)은 교육부, 6개 시·도교육청과 함께 전국 2800여 학교의 네트워크를 분석·개선하고, 중·장기적 고도화 로드맵을 마련하고 있다.

향후 학교 네트워크는 스마트 글라스, 확장현실(XR), 웨어러블 등 다양한 폼팩터를 활용한 AI 교육서비스를 지원하는 기반이 되어야 한다. 학생이 교실 안팎에서 증강현실(AR)·혼합현실(MR) 콘텐츠를 실시간으로 학습하고, 교사가 원격으로 학습 과정을 모니터링하는 등 교육의 형태가 다변화되는 미래 환경에서는 초저지연·고신뢰 네트워크가 필수적이다. 이를 위해 5G SA(단독모드)와 AI-RAN(지능형 무선망) 기술이 핵심으로 주목받고 있다. 네트워크 슬라이싱과 초저지연 전송 기술을 활용하면, 학습·보안·영상 등 다양한 서비스가 동시에 운영되는 학교 환경에서도 품질 저하 없이 안정적이고 예측 가능한 연결성을 유지할 수 있다.

이러한 변화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시·도교육청 단위의 데이터 기반 의사결정이 중요하다. 학교별 트래픽 현황과 장비 상태를 체계적으로 수집·분석하고, 산업계와 협력해 비용과 효과, 운영성을 종합적으로 평가해야 한다. 특히 마이스터고나 대규모 학교 등 트래픽이 집중되는 환경에서 단계적 실증을 추진하면 기술적 타당성과 현장 수용성을 동시에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학교 네트워크 고도화는 단순한 장비 교체 사업이 아니다. 이는 AI 학습 생태계의 신뢰성과 지속가능성을 결정짓는 핵심 공공 인프라이며, 동시에 교육과 돌봄을 함께 품는 학교의 사회적 역할을 뒷받침하는 기반이다. 교사와 학생, 지역사회가 안전하고 유연한 디지털 환경 속에서 학습하고 돌봄을 이어갈 수 있도록, 정부·교육청·통신사·산업계가 협력해 근거 기반의 로드맵을 마련해야 한다.

AI 교육의 혁신은 기술이 아니라 교실 안의 연결에서 시작된다. 지금은 새로운 기술을 단순히 도입할 것이 아니라, 교육과 돌봄의 미래를 지탱할 현실적 인프라 전략을 함께 설계해야 할 때다.

나성욱 한국지능정보원 지능형네트워크단장 surha@nia.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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