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원 칼럼] 트럼프 시대 농업 통상전략은

2025-01-16

20일(현지시각)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출범한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은 선거운동 기간 중 당선되자마자 ‘상호무역법(Reciprocal Trade Act)’을 통과시켜 공정하고 호혜적인 무역을 달성하겠다고 공언했다. 공화당은 지난해 연방 상·하원 선거에서 모두 다수당을 차지해 이 법이 통과될 가능성이 매우 높아졌다. ‘상호무역법’은 미국산 제품에 100% 관세를 부과하는 나라에는 미국도 동일한 100%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것이다.

이 법은 미국에 수입되는 모든 제품에 10∼20%의 ‘보편적 기본관세’를 적용하겠다는 제도와 함께 트럼프 행정부의 핵심적인 통상정책이다. 무역 상대국에게 동일한 상호관세를 부과하겠다는 공약은 미국 농민들과 국민의 큰 호응을 받았다. 미국으로 수입되는 식품의 관세는 3.1%로 낮은 반면 상대국인 인도는 32.9%, 중국은 19.5%로 훨씬 높아 미국 농민과 식품업계 입장에선 불공정하다는 논리다.

한국의 경우 농산물의 평균 양허관세율(FTA 관세, TRQ 관세 미포함)은 61.4%로 세계 최고 수준이다. 한 예로 우리나라 쌀 관세는 5%인 저율관세할당(TRQ)을 제외하고 나머지는 513%이다. 반면 한국 쌀의 미국 수출 시 관세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따라 0% 수준이다. 또한 한국 사과·배는 미국으로 수출이 가능하나 미국 사과·배는 수입위험평가로 한국으로 수출이 불가능하다. 이러한 단편적인 사실을 들어 우리의 특수성을 고려하지 않고 한국의 관세나 수입 제한이 불공정하다며 미국이 일방적인 조치를 할 우려가 있다.

이럴 경우 과거에는 세계무역기구(WTO) 분쟁해결기구(DSB)에 제소할 수 있었다. 일본의 후쿠시마산 수산물에 대한 한국의 수입 금지 분쟁을 WTO를 통해 해결한 바 있다. 그러나 이제는 불가능하다. 트럼프 1기 행정부는 무역분쟁의 최종심판 기능을 담당하는 WTO 상소 기구 위원(7명)의 신규 임명을 반대했고 바이든 행정부도 유지했다. 그 결과 2020년 이후 상소 기구 위원 전원이 공석이다. 결국 미국과의 통상분쟁은 양자간에 해결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따라서 우리는 트럼프 행정부나 미국 산업계의 관심 사항을 정확히 파악하는 것이 급선무다. 한국이 2004년 쌀 관세화를 단행하지 못한 것은 WTO 도하개발어젠다(DDA) 농업협상에서 모든 농산물 관세를 100∼150%로 낮추는 ‘관세상한(tariff capping)’이 도입된다는 공포에 휘둘렸기 때문이었다. 이후 필자가 스위스 제네바에서 DDA 농업협상에 관여하면서 관세상한은 수출국의 공포마케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또 트럼프 2기 행정부가 한·미 FTA 재협상을 요구할 때의 대책도 준비해야 한다. 지난 5년간 한국은 미국과의 무역에서 연평균 246억달러의 흑자를 냈다. 그러나 한·미 FTA 이후 농축수산물의 무역적자는 지난 5년간 연평균 84억달러에 달했다는 사실을 강조할 필요가 있다. FTA 재협상에 대비한 우리의 요구사항도 발굴해야 한다.

아울러 트럼프 2기 출범으로 더 고조되는 무역전쟁 속에서 한국이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에 가입하자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트럼프 1기 행정부는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서 탈퇴한 전력이 있어 2기 행정부가 재가입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최근 영국이 CPTPP에 가입한 것은 변수다. 이번 트럼프 행정부 출범을 계기로 범정부적인 통상협상과 국내 대책 및 민간과의 소통대책을 정비할 때다.

이준원 전 농림축산식품부 차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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