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유아를 키우는 양육자 사이에서 영어유치원(유아 대상 영어학원, 이하 영유)에 대한 관심이 높습니다. 2014년 332곳이던 전국 영유 수는 10년 만에 843곳으로 2.5배가량 증가했죠. 최근 논란이 된 ‘7세 고시’도 영유 증가와 함께 나타난 현상입니다. 7세 고시는 영유를 졸업한 아이들이 유명 어학원에 들어가기 위해 치르는 레벨테스트를 일컫는 말이거든요.
양육자들이 아이에게 일찍부터 영어를 시키는 데는 이유가 있습니다. 영어를 한국어처럼 자연스럽게 습득하길 바라는 마음이죠. 영어 조기교육은 정말 효과가 있을까요? 14년 차 초등 교사인 최은아씨는 지나친 영어 조기교육을 경계해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자칫하면 모국어 실력을 완성할 결정적 시기를 놓칠 수 있기 때문이죠. 영어·한국어 둘 다 잘하는 아이로 키우려다 둘 다 못하는 아이를 만든다는 겁니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요? 헬로 페어런츠(hello! Parents) ‘우리 아이 첫 공부 습관’ 6회에서는 초등 저학년에게 진짜 필요한 영어 학습법을 알아봅니다.

🔠이중언어 하려다 둘 다 놓친다
5학년 영어 영재학급을 담당할 때 만났던 지용이는 처음엔 눈에 띄지 않는 학생이었습니다. 어떻게 이런 애가 영재반에 들어왔나 싶을 정도로 평범한 아이였죠. 지용이는 초등학교 3학년 때부터 동네 영어학원을 다녔다고 했어요. 학교에서 영어를 배우는 시기에 맞춰서 학습을 시작한 거죠. 처음에는 걱정이 앞섰어요. 영유 출신과 해외 거주 경험이 있는 아이들이 대부분인 영재반에서 지용이가 수업을 제대로 따라갈 수 있을지 말이죠.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이게 기우라는 걸 알게 됐어요. 지용이는 주어진 과제를 그 누구보다 잘 해냈거든요. 과제를 내준 출제자의 의도를 명확히 파악해 그 누구보다 수준 높은 답을 써냈습니다. 심지어 한글로 조금 어려운 문제를 내준 적이 있는데, 그 뜻을 이해하고 답을 써온 학생은 지용이뿐이었어요. 발음은 영유 출신보다 못했지만, 영어 표현력은 오히려 뛰어났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