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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의 갤럭시 S25 시리즈가 역대 최단기간 100만대 국내 판매를 기록했지만, 삼성전자의 고민은 깊어지고 있다. 갤럭시 S25 시리즈에 해외 기업의 부품이 대거 채택되면서 수익률 하락은 물론 장기적으로 삼성전자 부품의 글로벌 경쟁력 저하까지 우려되기 때문이다.
삼성전자가 지난 7일 정식 출시한 갤럭시 S25 시리즈의 시장 반응은 뜨겁다. 국내 출시 21일 만에 판매량이 100만대를 돌파해 역대 갤럭시 시리즈 중 최단기간 신기록을 세웠다. 해외서도 호평이다. 3일 삼성전자에 따르면 갤럭시 S25 울트라는 유럽 5개국의 소비자연맹지에서 최고의 스마트폰으로 선정됐다. 포르투갈 소비자연맹지 데코 프로테스트 측은 “플래그십 스마트폰 중 최고 수준의 성능을 제공하며, 동급 모델들과 비교했을 때 확연한 우위를 보인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S25 시리즈가 훈풍을 탈수록 삼성의 위기설이 조명되고 있다. 과거 작은 부품 하나까지도 자사의 제품을 우선적으로 채택했던 것과 달리 S25 시리즈에는 외산 부품이 대거 채택됐기 때문이다.
특히 스마트폰의 두뇌 역할을 하는 핵심 부품인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는 퀄컴(미국)의 ‘스냅드래곤8 엘리트’가 전량 탑재됐다. 그간 갤럭시 S 시리즈에는 자사 AP칩인 엑시노스(Exynos)와 퀄컴의 스냅드래곤이 병행 탑재됐다. 당초 자사 반도체 사업부가 개발한 ‘엑시노스 2500’을 탑재할 계획이었으나 성능 및 수율이 기대에 미치지 못해 무산됐다.
여기에 S25 시리즈에는 메모리마저 자사가 아닌 마이크론의 모바일 D램이 우선 공급됐다. 삼성전자 모바일경험(MX)사업부는 S25 시리즈의 저전력 D램(LPDDR5) 1차 공급사로 미국 마이크론을 선택했다. 그간 마이크론은 2차 공급사로 삼성에 메모리를 납품해왔는데 처음으로 1차 공급사로 지위가 올라갔다. 노태문 삼성전자 MX 사업부장(사장)은 “공급망 안정성을 위한 것일 뿐 삼성전자는 여전히 갤럭시 S25에 들어가는 D램 공급 1차 공급사”라고 강조했지만 부동의 1위였던 D램마저 경쟁력을 잃은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결국 스마트폰의 핵심 부품 공급을 경쟁사에 넘긴 격이라 삼성전자는 당장 수익성 하락을 고민해야 할 처지다. 특히 스마트폰 원가에서 AP가 차지하는 비중은 20% 이상으로 알려져 있다. 게다가 갤럭시 S25 시리즈에 탑재된 퀄컴의 스냅드래곤8 엘리트는 이전 세대 AP보다 가격이 20~30% 더 오른 것으로 추정된다. 삼성이 이번 신제품 단말기 가격을 인상하지 않은 걸 고려하면 이윤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
장기적으론 삼성전자 부품의 글로벌 경쟁력 약화도 우려된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글로벌 스마트폰 AP 시장에서 삼성의 점유율은 5%로 미디어텍(26%), 퀄컴(26%), 애플(18%)에 이어 5위 수준이다. 삼성마저 자사 칩을 외면한다면 점유율 격차는 더 벌어질 수 있다.
다만 올해 하반기 출시 예정인 삼성전자의 폴더블폰에는 최신 AP 칩인 ‘엑시노스 2500’이 탑재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삼성전자의 폴더블 시리즈에 퀄컴이 아닌 엑시노스 AP가 탑재되는 건 처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