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컬처 리포트] '아티스트 인권 보호 센터' 설립을 제안하며

2025-04-02

[비즈한국] 설리, 구하라, 김새론…. 대중적인 아티스트는 화려해 보이지만 언제든 추하게 취급될 수 있다. 대중이 보는 이미지와 인지도에 따라 활동 여부가 좌우되고, 상해나 생명의 위협에 노출되기도 한다. 심각한 인권 침해를 입고도 이미지와 인지도에 피해가 갈까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최근에는 옐로 저널리스트, 유튜버 등이 무분별하게 아티스트의 사생활을 폭로해 상처를 주는 일이 빈번하다. 아티스트 본인이나 가족, 소속사가 맞대응해야 하는데 이것이 쉽지 않다. 가족의 대응이 원활하지 않거나 소속사가 제대로 대응할 수 없는 상황에 놓이기도 한다. 소속사가 없는 경우도 있는데, 오히려 이를 악용하는 이들마저 있다.

한국에서는 연예기획사가 매우 영세해 위험관리가 잘 안 된다. 아티스트가 고군분투하다 힘에 겨워 돌이킬 수 없는 일이 벌어지기도 한다. 아이브 장원영처럼 사이버 렉카를 3년 동안 추적해 법정에 세우는 사례는 희귀하다. 객관적이고 공적인 도움이 절실하다. 하지만 지금은 아무것도 없다.

도움이 필요한 사회 구성원을 위해 시민사회단체가 나설 때도 있다. 특히 인권 단체는 한국의 민주화와 인권 선진화에 상당히 이바지했다. 그런데 대중연예인은 인권 보호 대상으로 여겨지지 않는다. ‘사회적 약자’로 보지 않아서다. 연예인은 대개 세속적인 성공, 부, 명예를 누리고, 불로소득을 벌어들인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그들의 이중성, 허위를 드러내겠다며 유사 저널리즘이 인권을 유린하는 폭로를 터뜨려도 사회 공동체적 대응이 거의 없었다.

하지만 연예인도 대한민국 국민이다. 대중적으로 알려졌다는 이유로 위협에 시달리거나 제대로 보호받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K팝, K드라마 등의 세계적 인기 덕분에 한국 연예인의 연령대는 갈수록 어려진다. 많은 아이돌이 청소년이다. 특히 인권 침해로 고통받는 상당수가 여성 청소년이다. 청소년 복지와 인권 차원의 접근이 필요하다. 여기에는 문화적 관점이 넓게 적용될 필요가 있다. 뉴진스 사태에도 이를 생각해볼 수 있다. 현행법이나 제도로는 그들의 문제 제기를 수용하기가 쉽지 않다. 법률적인 공방으로 가기 전에 감정적인 문제를 조율하는 중재 기관이 있었다면 좋았을 것이다.

K콘텐츠가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상황에서는 국가적인 대응도 필요하다. 정부는 한류 스타들에게 성과가 있을 땐 그 후광에 기대어 홍보 전략을 구사하면서도, 문제가 생기면 손을 놓는다. 이와 관련한 제도적 장치나 정책적 시스템이 없기 때문이다.

이제 대중 아티스트는 하나의 국가적 문화 자산으로 생각해야 한다. 남들이 제공할 수 없는 콘텐츠를 통해 부가가치를 만들어내고 국가 브랜드 가치도 올려주는 존재 말이다. 그것도 전 세계적으로. 따라서 그들의 피해를 막거나 명성이 훼손되었을 때 회복력을 키워주는 제도와 시스템이 필요하다. 그들의 어려움에 귀 기울이고, 갈등이 생기면 해법을 찾게 도와야 한다.

현실적으로 아티스트라도 법적 대응을 하기가 여의치 않다. 언론이나 플랫폼에 노출될 경우 타격이 커질 것을 우려할 뿐이다. 갈등이나 분쟁이 생겼을 때 아티스트가 진실을 알리거나 입장을 밝힐 만한 공적 기회나 공간도 없다.

이러한 맥락에서 아티스트 인권 보호 기금과 센터의 설치를 제안한다. 재원은 영화나 공연 티켓, OTT 요금, 앨범 수익에 일정 비율로 할당하면 된다. 아티스트 인권 보호 센터에서는 공개적으로 알릴 수 없는 아티스트의 고민 상담, 발생한 문제나 사건의 진상 조사, 당사자 간 갈등 조율, 중재, 합의 도출 등을 할 수 있어야 한다. 개별적으로 하는 법률 대리 작업도 이 센터를 통하도록 해, 경제적 여유가 없는 아티스트들도 지원해야 한다. 사안이 심각하면 센터가 형사 고발도 할 수 있을 것이다.

모든 사안은 비밀 보장을 전제로 해, 공개될 경우 아티스트가 입을 타격을 최소화하되 이를 위반할 경우 강제 처벌 규정을 둬야 한다. 이는 사이버 렉카나 옐로 저널리즘의 무차별 폭로에 피해 보지 않도록 방지하는 차원이자, 아티스트를 사랑하는 팬들을 위한 사전 예방 조치다. 팬클럽도 이러한 제도와 시스템 구축을 마다할 리 없다.

이 방안만이 정답은 아니겠지만, 아티스트들의 억울한 죽음이 더는 생기지 않도록 우리 사회가 머리를 맞대야 한다. 그들이 우리 국민만이 아니라 전 세계인의 문화 향유에 이바지할 수 있도록 공적인 노력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필자 김헌식은 20대부터 문화 속에 세상을 좀 더 낫게 만드는 길이 있다는 기대감으로 특히 대중 문화 현상의 숲을 거닐거나 헤쳐왔다. 인공지능과 양자 컴퓨터가 활약하는 21세기에도 여전히 같은 믿음으로 한길을 가고 있다.​​​​​​​​​​

김헌식 대중문화평론가

writer@bizhankook.com

[핫클릭]

· [K컬처 리포트] 지드래곤, K팝 아티스트의 정체성이자 미래인 이유

· [K컬처 리포트] 아이유와 지수, 연기돌 넘어 '하이브리드 아티스트'로

· [K컬처 리포트] 청춘스타를 지켜줄 '사회적 자본'이 필요하다

· [K컬처 리포트] 셀럽, 악플, 가십…'죽음 부르는 악순환' 언제까지

· [K컬처 리포트] '학교' 넘어선 K-학원물에 전 세계가 열광하는 까닭

<저작권자 ⓒ 비즈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Menu

Kollo 를 통해 내 지역 속보, 범죄 뉴스, 비즈니스 뉴스, 스포츠 업데이트 및 한국 헤드라인을 휴대폰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