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를 지켜야 한다”는 욕망이 이끈 파멸···연극 <카포네 트릴로지>와 요새

2025-04-02

예술은 사회 또는 시대와 따로일 수 없다. 어떤 예술 장르보다 수용자와의 거리가 가까운 연극은 더욱 그러하다. 창작자의 의도가 어떠하든 관객과 관객을 둘러싼 환경이 작품의 의미를 결정한다. 연극 한 편 마음 편하게 보기 어려운 하수상한 시절, 시국을 돌아보게 만드는 연극 작품을 만나 본다.

1934년 미국 시카고의 렉싱턴 호텔 661호. 금주법과 대공황이 휩쓴 미국의 시카고에서 ‘밤의 황제’로 악명 높은 마피아 두목 알 카포네는 이 시기 알카트라즈 감옥에 수감된 상태였다. 조직의 2인자 닉 니티는 젊고 사랑스러운 아내 말린과 함께 이 호텔 661호에 머무르고 있다. 말린은 ‘카포네 패밀리’ 슬하에서 자란 여성으로 평범한 일상의 행복을 꿈꾸는 인물이다.

닉 니티는 늘 두려움에 쫓기며 산다. 조직의 수장 역할을 해야 하는 동시에 아내의 꿈도 보장해야 한다. 충돌하는 두 목표 사이에서 방황하던 닉 니티, 그는 결국 “이 방이 시카고에서 제일 안전해”라고 소리치며 아내를 호텔 방에 얽어맨다. 말린은 자신의 이상과 정반대인 현실 앞에서 절규한다. 가장 안전한 곳이라 믿었던 일종의 요새에 거주하는 부부에게 실은 이 공간이 자신들을 파멸로 이끈 공간이었다는 설정이다.

3부작 연극 <카포네 트릴로지> 가운데 2편 격인 ‘루시퍼’에서 펼쳐지는 이야기다. 독립적인 세 편의 연극 작품인 <카포네 트릴로지>의 핵심은 바로 렉싱턴 호텔 661호라는 공간이다. 관객은 공연장에 입장하는 순간부터 렉싱턴 호텔 로비를 마주치게 된다. 이어 661호에 입실하면 덩그러니 놓여있는 침대 하나를 볼 수 있다. 무대와 객석의 구분이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관객들은 배우들과 밀착된 상태에서 연극을 관람하게 된다. 카포네의 이름이 제목에 박혀있는 데서 짐작할 수 있듯, 바로 눈앞에서 범죄 현장을 목격하는 느낌이 들게 하는 연극이다.

3부작은 시대순으로 ‘로키’, ‘루시퍼’, ‘빈디치’로 연결된다. 1923년부터 1943년까지 10년 간격으로 이 호텔 661호 안팎에서 일어난 일들을 다룬다. 세 에피소드는 각기 코미디, 서스펜스, 하드보일드 장르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지만 장르에 강하게 종속되지는 않는다. 공간과 배경 설정이 동일할 뿐 세 에피소드는 독립된 이야기다. 세 작품을 다 볼 필요도 없고 시간순으로 볼 필요도 없다. 다만 작품 속에 등장하는 ‘빨간 풍선’과 같은 공통된 오브제에 집중하면 작품 이해가 좀 더 깊어질 수 있다.

영국 연극계의 ‘천재 콤비’로 불리는 극작가 제이미 윌크스와 연출가 제스로 컴튼이 2014년 처음 선보인 작품이다. 국내에서도 벌써 5번째 공연되고 있다.

배우는 작품당 3명만 등장한다. 남자 둘에 여자 하나, 올드맨·영맨·레이디가 전부이다. 올드맨 역에는 이석준, 정성일, 김주헌 배우가 출연한다. 영맨 역은 김도빈, 최호승, 최정우 배우가, 레이디 역은 임강희, 정우연, 김주연 배우가 맡았다.

연극적 체험의 밀도가 높다보니 세 작품을 모두 보거나, 배우 조합을 달리해 같은 작품을 재관람하는 관객도 꽤 많다. 여러 회차를 관람하면 주어지는 할인 혜택도 있다. 6월1일까지 홍익대 대학로 아트센터 소극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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