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보증권 '통폐합' 노사갈등 첨예... 勞 "본질은 노동법·협약 위반"

2024-11-26

노조 "지점 통폐합, 현상에 불과" 주장

사측의 지속되는 위법 행위 지적 나서

지점 통폐합 논의 과정서 협의·보고 미비

"대형화 아닌 '닭장'... 결국 구조조정" 주장도

사측 "어떤 것도 확정 안 돼... 조율 지속 中"

'지점 통폐합'을 중심으로 한 교보증권의 노사 간 갈등이 불거졌다. 이번 사태를 바라보는 양측 사고의 결이 완전히 다르다는 점에서 볼 때 접점을 찾기는 어려워 보인다. 사측은 리테일 업무 효율성 증진을 위한 '대형화 전략'의 일환으로 보고 있다. 노동조합(노조)은 지점 통폐합 자체가 하나의 '현상'일 뿐 갈등의 본질은 이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다수의 위법 사항이라고 지적한다.

최근 증권업계에서는 '수익성 악화'에 따른 지점 통폐합, 구조조정 등이 본격화된 모습이다. 다만, 교보증권은 이번 3분기 양호한 성적표를 내놨음에도 '경영 효율화'를 위한 이른바 '게더링(다수의 영업 지점을 한 건물에 모으는 것)'을 진행 중이다. 이에 업계에서는 수면 위로 올라온 교보증권의 노사 간 갈등이 어떤 향방을 보일지에 대해 주시하고 있다.

26일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 교보증권지부 변영식 지부장은 "교보증권 지점 통폐합은 하나의 현상에 불과하다"며 "노조가 말하고 싶은 것은 그 과정 내 존재했던 지속적인 위법 행위, 이와 함께 이뤄진 건전한 노사문화 파괴에 대한 것"이라고 말했다. 변 지부장은 서울 여의도 소재 교보증권 본사 15층 대표이사 집무실 앞에서 수일째 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노조측에 따르면 이번 교보증권 노사 간 갈등은 '지점 통폐합'을 계기로 수면 위로 떠올랐다. 노조에서 밝힌대로 이번 사태를 타임라인으로 정리해보면 다음과 같다.

지난 19일, 교보증권 노사는 지점 통폐합에 관련해 협의를 진행했다. 통폐합이 '대형화를 통한 경영 효율 증대' 전략이라는 점을 감안해 노조측에서는 다른 방식으로 이를 행할 수 있는 방안을 제시했고, 박봉권 교보증권 대표는 이에 동의했다. 박 대표의 동의와 함께 노조는 당시 진행 중이었던 연대 농성을 중단하겠다고 전했다.

그러나 그 다음 날인 20일 오전, 사측은 '게더링'이라는 표현과 함께 지점 통폐합 결정을 노조측에 통보했다. 광화문 지점을 여의도 지점으로, 송파 지점을 강남GT타워 지점으로 이전하겠다는 방침이다. 기존 25개의 지점을 최종적으로 12개만 남겨 운영한다는 계획이었다.

노조측은 즉시 사내 정보시스템 성명서를 통해 논의된 적 없는 사안이라며 반발했으나 사측은 이에 '지점 통폐합으로 인한 인력 구조조정은 없을 것'이라고 노조를 달랬다.

이날(20일) 오후, 변 지부장은 서성철 교보증권 경영인사 총괄 부사장과 미팅도 진행했다. 노조는 해당 자리에서 서 부사장이 강경한 태도로 '지점 통폐합'이 아닌 '지점 이전'이라는 입장과 함께 통폐합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고 했다.

여기까지가 이번 지점 통폐합을 놓고 노사 갈등이 촉발된 사태의 진행 상황이다.

표면으로 드러난 통폐합보다 더 본질적인 문제는 이 일의 전개 과정에 있다고 노조는 지적하고 있다. 노조는 그 근거로 '근로자참여 및 협력증진에 관한 법률(이하 근로자참여법)', 단체협약, 사내 규정 등을 들었다.

근로자참여법 제22조(보고 사항 등)에는 "사용자(근로기준법 제2조(정의) 제2항에서 '사업주 또는 사업 경영 담당자'로 규정)는 정기회의에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사항에 관하여 성실하게 보고하거나 설명하여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하단에 나와 있는 각 호는 ▲경영계획 전반 및 실적에 관한 사항 ▲분기별 생산계획과 실적에 관한 사항 ▲인력계획에 관한 사항 ▲기업의 경제적·재정적 상황 등이다. 이 중 '인력계획에 관한 사항'에 대한 보고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동법 시행규칙 제5조(사용자의 보고·설명사항)에는 법률 제22조에 대한 세부항목이 규정돼 있다. 시행규칙 제5조제1호 다목에 따르면 사용자는 '기구 개편'에 대해 협의회의 정기회의에 보고하거나 설명해야 한다.

노조는 사측이 해당 규정을 지키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뿐만 아니라 앞서 사측이 행한 바에 따르면, 교보증권지부의 단체협약 제69조(점포통폐합)인 "회사는 점포통폐합과 관련해 조합과 사전에 협의한다" 역시 무시됐다는 의견이다.

변 지부장은 "근로자참여법 제12조에 따르면 노사 협의회는 3개월마다 의무적으로 회의를 진행해야 함에도 사측은 1분기 노사협의를 일방적으로 취소했다"며 "법으로 규정돼 있는 보고사항에 대해서도 전혀 보고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법령에 근거해 여러 번 사측에 질의를 했는데, 1차 질의에서는 지점 통폐합에 대해 전혀 진행되고 있는 것이 없다고 답했다"며 "2차 질의에서는 검토만 하고 있다고 하더니 외부를 통해 구체적인 정황이 나왔고 이에 3차로 공문을 전송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러나 공문에 대한 답변으로 박 대표의 결재가 없었다고 이야기했다"며 "회의를 개최하지 않은 것, 보고사항에 대해 보고하지 않은 것, 사내규정상 최종 결재권자인 대표이사의 결재가 없었던 것 등 모두 위법"이라고 토로했다.

노조측에서는 사측이 설명하고 있는 '대형화'와 '경영 효율화' 등이 궁극적으로 구조조정의 길을 밟을 것이라고도 보고 있다.

변 지부장에 따르면, 현재 지점 대형화 과정 중 업무 시스템이 완비되지 않은 사무실에서 다수의 영업직원이 근무 중이다. 우선적으로 시스템이 구축되지 않은 상황이라 옮겨진 근로자들은 실무를 보지 못할 가능성이 높고, 근로환경 자체가 상당히 악화됐다는 의견이다.

아울러 공간이 비좁아 가벽 등으로 구분을 해 둔다고 해도, 너무 가까운 탓에 제대로 된 본 업무인 영업 직무를 수행하지 못한다고도 비판한다.

변 지부장은 "사측이 주장하는 대형화는 '닭장' 수준"이라며 "증권사는 영업 시 고객과 상담한 내용을 녹취해야 불완전판매 등 문제가 발생하지 않을 수 있는데, 이렇게 비좁은 환경 속에서는 목소리가 섞이거나 녹음이 안 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고 했다.

이어 "근로기준법상 이 같은 근로조건 악화는 대상자, 과반 노동조합의 동의를 얻어야 하는 사항"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만약 사무실을 벗어나 통화를 하게 될 경우 녹음의 가능 여부도 핸드폰마다 다를 뿐더러, 비공식적인 방법이기 때문에 사용해서는 안 된다"며 "이런 악화된 노동환경, 지저분한 대형화를 실시하게 된다면 인력 감축이 당장 없다고 해도 나중에까지 없다고는 할 수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최근 증권업계 내에서는 지점 통폐합, 구조조정 등을 통한 '경영 효율화'가 진행되고 있다. iM증권은 올해 대전과 분당 지점을 폐쇄했고 희망퇴직도 실시했으며, SK증권 역시 기존 25개의 지점을 5개 줄여 운영키로 했다. 두 증권사 모두 노조와의 원활한 합의를 통해 진행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는 지속되는 부진한 실적 속, 비용 절감을 위해 행한 전략으로 칭해진다. 실제로 iM증권은 3분기 기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충당금 적립 등에 따라 영업손실 512억원, 순손실 345억원을 냈다. SK증권 역시 영업손실 12억원, 순이익 9억원으로 부진한 성적표를 내놨다.

의문인 점은 교보증권의 실적이다. 교보증권은 올해 3분기 영업이익이 804억원, 순이익이 599억원으로 양호한 성적표를 내놨다. 이는 각각 지난해 3분기(영업이익 162억원, 순이익 129억원)에 비했을 때 395.47%, 362.39% 급증한 수준이다.

노조측에 따르면, 사측은 노동조합에게 지점 통폐합은 현재 증권업계 내 추세고 시너지와 분위기 쇄신의 장점을 발휘할 수 있다고 전했다.

노조측은 이에 대해 "추세가 정답이 아니다"고 지적한다. 삼성증권 등 대형사들의 지점 통폐합과 대형화는 회사의 가치만으로 고객 유치가 가능하지만, 교보증권은 동일 환경이 아니라는 의견이다.

특히 변 지부장은 과거 사례를 강조했다. 그는 "교보증권 수원지점은 이천에서도 고객이 찾아오는 등 광역 역할을 하고 있었으나, 통합 후 기회를 상실했다"며 "광주권역 2개 지점 통합, 부산권역 2개 지점 통합 건 역시 각 지점별 일부 직원들의 실적 상승, 활동량 증대에 따른 결과일 뿐 분위기, 시너지의 변화는 없었다"고 일갈했다.

그러면서 "타 증권사의 경우 적자라서 그럴 수 있다고 쳐도, 교보증권은 다르다"며 "그렇다면 증권사로서 금융소비자를 위한 공공금융의 책임이 있음에도 우리는 그것을 저버리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본지는 이 같은 문제점에 대해 사측의 입장을 듣기 위해 연락을 취했다. 우선, 교보증권은 검토 단계에서 의사를 전달한 것뿐이라는 의견을 전했다.

교보증권 관계자는 "노조 측에 확정적으로 결정된 사안이라며 이걸 따르라고 전한 게 아니다"라며 "검토 단계에서 알린 것"이라고 반박했다.

무엇보다 회사는 현재 모든 것들이 '조율 중'이라는 점을 강하게 주장했다. 그 어떤 것도 확실히 결정된 사안이 없는 상황 속에서 이 같은 문제 지적은 성급하다는 입장이다.

해당 관계자는 "어떻게 진행해야 합리적이고 보다 효율적일지에 대해서 계속해서 조율해 나가고 있는 단계"라고 일축했다.

이어 "실제로 이전 후 지점이 좁아져서 녹취를 못 한다거나 그런 것들은 추후 공간을 리모델링해 확보하게 될지 어떻게 될지, 세세히 정해진 것들이 없다"며 "어디까지나 결정된 사안이 없는 상황이기 때문에 발생하지 않은 것에 대해 미리 걱정과 우려를 표하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노조에서 이야기하고 있는 세부적인 건들에 관해 답변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며 "지점 통폐합이라는 가장 중요한 부분에서는 누차 말하지만 아직 조율 중인 단계"라고 강조했다.

다만 지점 통폐합 추진 과정에서 발생한 관련 법 및 단체협약 위반, 사규 불이행으로 인해 노사 갈등이 촉발했다고 주장한 노조측의 문제제기에 대한 답변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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