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원 빅트리와 파리 에펠탑

2025-10-14

최근 창원 빅트리(사진)가 임시 개방됐다는 뉴스를 보았다. 거액을 들여 도시의 상징물로 제작했는데, 완공되자 초기 조감도와 매우 다른 모습에 많은 시민들이 실망했다는 빅트리.

이 논란에 에펠탑이 떠올랐다. 지금이야 파리의 대표 조형물이지만 처음엔 시민들의 반응이 매우 냉담했다. 아름다운 파리의 경관을 망치는 철제 구조물이라 비판했다. 그런데 이런 에펠탑이 어떻게 파리의 대표적인 명소가 되었을까?

너무나 잘 보였던 것이 원인이었다. 건물 높이가 규제되었던 파리에서 330m 높이인 에펠탑은 어디에서나 눈에 띄었다. 에펠탑의 열혈 반대자인 모파상은 매일 아침을 에펠탑 1층에서 먹었는데, 그 이유가 파리에서 유일하게 에펠탑이 보이지 않는 곳이었기 때문이라 말할 정도였다. 흥미로운 점은 에펠탑은 원래 완공하고 20년 후 해체 예정이었는데, 막상 해체 시기가 되자 에펠탑을 지키자는 여론이 만들어졌다는 것. 흉물스러웠던 에펠탑도 보고 보고 또 보니 괜찮아 보였던 것이다.

이를 심리학에서는 단순노출효과라고 한다. 특정 대상이 반복적으로 보여지면 호감도가 높아지는 현상이다. 반복적으로 경험해 친숙하게 느껴지는 대상에 대해서는 안정감이 느껴지고 뇌의 보상 회로도 작동하여 긍정적인 정서를 느끼게 된다.

빅트리도 시간이 지나면 애정의 대상이 될 수 있을까? 그러나 초기 경험이 부정적이었던 대상에 반드시 단순노출효과가 나타난다고 단정하긴 어렵다. 예컨대 에펠탑과 비슷한 시기에 파리에 지어졌던 팔레 뒤 트로카데로라는 건물은 반복 노출에도 시민들의 사랑을 받지 못한 채 철거되었다. 에펠탑은 반복 노출효과에 근대 기술의 상징으로 재평가받고, 과학적·군사적 가치가 부여되는 등 문화적 경험의 축적이 더해져 파리의 상징이 될 수 있었던 것이다.

창원시는 빅트리를 시민들의 의견을 반영하여 리모델링하기로 결정했다. 다시 태어날 빅트리는 참여라는 문화적 경험이 더해져 도시의 진정한 상징으로 자리 잡을 것이라 믿는다.

최훈 한림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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