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무직 교섭은 사무직 손으로.”
17일 오전 서울 여의도 LG트윈타워 앞에 이 같은 문구의 손팻말을 든 LG전자 직원들이 모였다. 사무직 직원들로 구성된 ‘LG전자 사람중심 사무직 노동조합’ 소속 조합원들이었다. 사무직 노조는 2021년 젊은 구성원들을 중심으로 결성된 조직으로, 양대노총에 소속돼 있지 않다. 왜 사무직 직원들은 사옥 앞에서 집회를 벌인 걸까.
LG전자 사무직 노조는 조합원 2000여명 규모의 소수노조다. 이들은 LG전자 사측과 7000여명의 기능직 조합원을 보유한 교섭대표노조(LG전자노동조합)가 최근 교섭을 통해 사무직군의 근로조건을 저하하는 결과를 불러왔다고 지적했다. 사무직에만 해당하는 고정OT(초과근무) 협상에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고정OT는 일정한 시간 동안 시간외근로를 한다는 전제하에 미리 약정한 금액을 고정적으로 지급하는 제도다.
이 사안이 불거진 건 지난해 12월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통상임금 요건인 정기성(지급 시기)·일률성(지급 대상)·고정성 중 고정성을 제외하는 것으로 판례를 변경하면서다. 고정성은 근무일수 등 특정 조건 충족 여부와 관계 없이 지급이 예정돼 있어야 함을 의미한다. 고정성 요건이 제외되면서 명절 상여나 휴가비도 통상임금에 포함될 수 있게 됐다. 고정OT 수당을 포함한 각종 수당을 산정하는 기준인 통상임금 범위가 넓어진 것이다.
LG전자 사무직 노조는 명절 상여가 포함돼 통상임금이 늘어난 만큼 새로운 통상임금 기준에 따라 고정OT 수당을 재산정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사측에도 이 같은 입장을 전달하고 긴밀한 논의를 요구해왔다. 교섭대표노조에도 사무직군에 불리한 안을 받아들이지 말라고 당부했다고 한다.
요구와 달리 사측과 교섭대표노조는 최근 사무직 월 고정급(기본급+고정OT 수당) 산정에 적용되던 고정OT 기준을 24시간에서 20시간으로 축소하기로 합의했다. 초과근무 시간 축소로 줄어드는 고정OT 수당은 기본급에 더해 지급하기 때문에 고정급 총액은 기존과 동일하다. 회사 입장에선 통상임금 확대에 따른 인건비 부담을 덜 수 있는 방식이다.
이에 사무직 노조는 “2만5000명의 사무직 직원에게 1인당 매년 120만원의 손해를 안기는 결과”라고 주장했다. 명절 상여의 통상임금 산입 적용에 따른 임금 인상 효과를 볼 수 없게 됐다는 것이다.
사무직 노조는 소수노조를 배제하는 소통 방식도 문제삼았다. 유준환 위원장은 사측을 향해 “사무직 통상임금 적용에 대해 원점에서 사무직 노조와 다시 논의하자”고 촉구했다. 교섭대표노조에 대해선 “사무직 근로조건을 대변할 자신이 없다면 개별 교섭에 동의해달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