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품권 환급 ‘쩔쩔’… 고령 상인들, 디지털 장벽에 한숨

2025-02-02

설 연휴 기간 온누리상품권 행사

스마트폰 전산입력 등 불편 호소

“사용법 복잡해 이용하기 어려워”

“우리 같은 노인들은 스마트폰으로 손님 정보와 가격을 일일이 입력하는 게 쉽지 않아요.”

지난달 30일 서울 동작구 노량진수산시장에서 만난 60대 상인 김모씨는 설 연휴 기간 전통시장 활성화를 위해 정부가 진행한 온누리상품권 환급 행사를 두고 이같이 토로했다. 스마트폰을 이용한 온누리상품권 환급 절차가 너무 복잡하다는 것이다. 고객이 환급을 받기 위해선 김씨가 직접 판매 후 간편 환급시스템 앱에 업체명과 수산물 품목, 구매금액, 고객 전화번호 등을 일일이 입력해야 한다. 김씨는 “디지털 기기가 친숙하지 않은 고령 상인들은 힘들다”고 한숨 쉬었다.

2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정부가 설 명절 기간 소비자 물가 부담 완화를 위한 온누리상품권 지원에 나섰지만, 정작 상인들의 디지털 접근성은 고려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해양수산부는 지난달 23∼27일 전국 158개 전통시장에서 ‘설맞이 전통시장 온누리상품권 환급행사’를 진행했고, 중소벤처기업부도 지난달 10일부터 이달 10일까지 디지털 온누리상품권에 대해 15% 할인 판매를 실시했다. 특히 올해는 상품권 부정 유통을 방지하기 위해 지류형 온누리상품권 발행을 줄이는 대신 디지털 상품권 사용을 독려했다.

환급 행사의 효과는 긍정적이다.

노량진수산시장 상인 박모씨는 “행사하면 만원어치 살 것도 2만원어치 사가니 매출이 100% 늘어나는 건 확실하다”며 “손님들도 좋아하고 상인들도 좋아한다”고 했다. 하지만 대부분 고령층인 전통시장 상인들은 디지털 기기 활용에 애를 먹고 있었다.

이러한 어려움은 시장 상인 고령화가 심화되면서 더욱 두드러지고 있다.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의 ‘전통시장·상점가 및 점포경영실태조사’에 따르면, 전통시장 점포주의 평균 연령은 2021년 59세에서 2023년 60.8세로 증가했다.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의 ‘2023 디지털 정보격차 실태조사’는 고령 상인들의 디지털 역량 부족 현상을 여실히 보여준다. 일반 국민의 디지털정보화 역량의 원점수가 100점 만점에 65.4점인 데 반해, 고령인의 역량 점수는 36.9점에 그쳤다.

이에 고령 상인을 위한 체계적인 디지털 교육과 직관적인 결제 시스템 도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정순돌 이화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디지털 디바이스를 활용한 결제 방식은 이미 많이 퍼져 있고, 피할 수 없는 흐름”이라면서도 “고령 상인이 쉽게 교육받을 수 있도록 집단 교육 프로그램을 마련하고 제로페이나 온누리상품권도 간편하게 이용할 방식을 도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예림 기자 yea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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