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남인터넷신문]전남 농업은 전국에서 가장 큰 농업 기반을 갖고 있지만, 농업을 떠받치는 후방 산업의 취약으로 인해 생산된 농업 수익 상당 부분이 지역 밖으로 빠져나가는 구조 속에 놓여 있다. 농업이 발전하려면 생산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으며, 농기계·농자재·스마트팜 장비·정밀 농업 기술 등 농업의 바탕이 되는 후방 산업이 지역 안에서 함께 성장해야 한다.
그런데 전남은 여전히 농산물의 ‘생산지’일 뿐, 농업기술과 장비를 ‘만드는 곳’이 아니다. 농업인은 스마트팜을 사용하지만 스마트팜을 제조하지 않으며, 정밀 농업을 도입하지만 그 장비와 소프트웨어는 외지 기업에 의존하는 현실이 지속되고 있다.
이 문제는 단순히 기술 수입 비용이 높다는 차원을 넘어, 지역 경제 구조와 직결된다. 전남 농업이 벌어들이는 조수익이 커져도, 그 과정에서 사용된 농기계·시설비·장비·부품·IT 솔루션 비용이 외부로 빠져나가면 지역 내부에 남는 순수익은 계속 줄어들 수밖에 없다.
결국 전남은 ‘농업 순환경제’가 아니라, ‘흘러가는 경제 구조’를 유지하게 된다. 농업이 활발할수록 오히려 지역 제조업과 서비스업이 성장하지 못하는 역설이 벌어진다. 전남 농업은 많은 것을 생산하지만, 농업으로 벌어들인 돈이 전남 안에 머물지 못하는 구조적 한계를 안고 있는 셈이다.
특히 최근 농업 정책이 스마트팜·정밀농업·디지털 농업 중심으로 빠르게 전환되고 있지만, 이 분야의 핵심 기술과 장비는 대부분 수도권 기업, 충청권 제조공장, 혹은 해외 업체가 공급하고 있다. 전남 농가는 새 장비를 쓰지만 그 장비를 만드는 사람은 전남에 거의 없다. 농업의 디지털화가 가속화될수록 ‘전남 밖으로 나가는 돈’은 오히려 더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농업이 기술 의존형으로 바뀌었고, 전라남도와 관련 기관에서는 스마트팜, 정밀농업을 외치고 있는데 반해 그 기술의 수익이 전남에 쌓이지 못한다면 농업은 발전해도 지역은 정체되는 모순이 이어질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해결책은 무엇인가. 전남이 농업 후방 산업을 단순히 도입하는 수준이 아니라, 지역 산업으로 육성하고 수출 가능한 미래 산업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점이다.
이 과정에서 중요한 사실 하나는 후방 산업의 흐름이 이미 변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과거 후방 산업은 트랙터·콤바인 같은 대형 농기계 중심이었으며 이는 대규모 농업국인 미국·유럽 중심의 시장에 맞춰져 있었고, 노하우도 발전되어 있다.
그러나 지금은 중·소형 다기능 농기계, 정밀 센서, 자율주행 작업기, 스마트 관수·병해 진단 시스템 등 소규모·다품목 농업에 적합한 기술 수요가 커지고 있다. 이런 구조는 오히려 전남 농업에 알맞고, 아시아·중동·아프리카 등 신흥 농업 시장으로 수출하기 좋은 형태다. 전남은 전국에서 가장 다양한 작목과 소농 구조를 갖고 있으므로 농업 현장에서 실증·테스트·시제품 개발이 가능하며, 이는 다른 지역보다 후방산업 창업과 기술 축적이 빠르다는 의미기도 하다.
농업인은 기술을 쓰는 사람일 뿐 아니라, 기술 개발 과정에서 피드백을 주는 공동 연구자가 될 수 있다. 전남이 ‘농자재·농기계 소비지’에서 ‘농업기술 생산지’로 전환하는 데 가장 적합한 조건을 이미 갖추고 있는 셈이다. 따라서 지금 필요한 것은 전남 농업을 생산 중심 구조에서 기술·제조·수출을 결합한 산업형 구조로 전환하는 정책이다.
이를 위해 후방산업 R&D 예산을 확대하고, 농업기술 스타트업을 유치하며, 농업대학과 공과대학이 함께 운영하는 융합형 인재 양성 프로그램이 필요하다. 또한 전남형 중·소형 농기계 및 스마트 농업 장비의 국제 표준화를 추진해 수출 경쟁력을 갖추고, 전남 농업을 단순한 1차 산업이 아닌 기술 수출 산업으로 만드는 전략이 필요하다.
전남 농업은 ‘농산물을 파는 시대’에서 ‘농업 기술과 장비를 함께 수출하는 시대’로 전환해야 한다. 생산만으로는 미래 농업을 견인할 수 없다. 농업의 근간이 되는 후방 산업이 지역에 뿌리내리지 않는 한, 전남 농업은 끊임없이 외부 산업을 키우는 소비 구조에서 벗어날 수 없다.
지금이 그 구조를 바꾸어야 할 결정적 시점이다. 전남에 있는 후방농업 기업의 선구매 할 수 있는 조례 제정과 정책 시행 등 농업에 대한 시각가 정책이 바뀌어야 한다. 전남이 더 이상 농업의 ‘결과’만 생산하는 곳이 아니라, 농업의 ‘기술·장비·지식’을 생산하는 곳으로 바뀔 때, 농업은 다시 전남 경제의 성장 동력이 될 수 있다. 전남의 농업은 스마트팜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농업 기술 산업의 땅이 되도록 하는 것도 함께 가야 한다.
참고문헌
허북구. 2025. 전라남도, 스마트팜 공급지로 육성해야. 전남인터넷신문 허북구농업칼럼(2025-08-20).
허북구. 2024. 나주시, 스마트팜 후방산업 육성 최적지이다. 전남인터넷신문 허북구농업칼럼(2022.6.13.)
허북구. 2022. 전남농업, 후방산업 육성해 시너지효과 내야. 전남인터넷신문 허북구농업킬럼(2022.6.9.).
허북구. 2020. 전남도, 스마트팜 R&D와 장비업체 집적화 선점해야. 전남인터넷신문 허북구농업칼럼(2020.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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