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상 최대 규모로 치러질 2026년 북중미 월드컵이 8개월 앞으로 다가왔지만, 기대만큼 우려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특히 환경 오염에 대한 걱정과 비판은 끊임없이 계속 제기되고 있다. BBC는 23일 “이번 대회는 역대 가장 ‘탄소 집약적’인 스포츠 이벤트가 될 것이라는 비판이 잇따르고 있다”며 “학자·선수·팬 단체들까지 국제축구연맹(FIFA)의 기후 대응 의지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캐나다 토론토대 스포츠생태학자 매들린 오어 박사는 “2026년 월드컵은 FIFA가 ‘더 크고, 더 확장된 이벤트’를 계속 추진하겠다는 위험한 신호를 보낸다”며 “FIFA가 공개적으로 약속한 탄소 감축 목표와 완전히 배치된다”고 지적했다. 이번 대회는 미국·캐나다·멕시코 전역에서 48개국, 104경기로 치러진다. 기존보다 40경기가 늘어났고, FIFA는 2030년 대회를 64개국 체제로 확대하는 방안까지 검토 중이다.
환경단체 ‘글로벌 책임을 위한 과학자들’은 이번 월드컵이 9백만 톤 이상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할 것으로 추정, “역사상 가장 기후에 해로운 월드컵”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오어 박사는 “대회의 대부분 개최 도시가 한낮엔 40도를 넘는 폭염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며 “낮 12시부터 오후 4시까지는 일부 경기장이 사실상 ‘경기 불가능’할 수준일 것”이라고 경고했다.
FIFA 잔니 인판티노 회장은 최근 로마에서 열린 유럽클럽협회(EFC) 총회에서 “기후 변화로 여름 대회를 재검토해야 할 시점이 올 수 있다”며 “열린 마음으로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 인판티노 회장은 “최근 유럽조차 7월이면 너무 덥다. 일정 조정이나 경기 시간 변경 등 대안을 모색 중이며, 이는 단지 월드컵뿐 아니라 전반적인 축구 일정 재설계의 문제”라고 설명했다. FIFA는 일부 경기장을 개폐식 지붕이 있는 시설로 제한해 낮 경기 시간을 줄이고, 폭염 대응 계획을 마련 중이라고 밝혔으나, 아직 구체적인 실행 방안은 제시되지 않았다.
미국의 여름 폭염은 이미 여러 차례 문제로 지적돼왔다. 2017년 휴스턴에서 경기 도중 열사병으로 쓰러진 잉글랜드 공격수 레이첼 데일리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지난 여름 열린 클럽월드컵에서도 폭염과 폭우로 경기가 잇따라 지연됐다. 첼시 미드필더 엔조 페르난데스는 “뉴저지 준결승 당시 체감온도가 35도를 넘었다. 현기증이 날 정도로 위험했다”고 말했다.
기상 전문가 사이먼 킹은 “1994년 미국 월드컵 당시 41도였던 경기가 이번엔 더 뜨거워질 가능성이 높다”며 “2023년 텍사스와 멕시코 몬테레이는 체감온도 50도, 마이애미는 44도에 달했다. 기후 변화로 폭염 확률이 계속 커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잉글랜드 출신 선수이자 환경운동가 데이비드 휠러는 “기후 변화가 경기력에 영향을 주는 게 이제는 너무 명확하다”며 “축구계가 책임을 다하지 않는다면 스포츠로부터 이익을 얻을 자격이 없다”고 비판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2026 북중미 월드컵이 단순한 대형 이벤트가 아니라, 지속가능성과 기후 대응의 시험대가 되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오어 박사는 “월드컵이 축구의 축제인 동시에, 지구의 미래를 고려한 책임의 무대가 되어야 한다”며 “현재의 FIFA는 그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