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자승 죽음 보고받자마자 “좌파나 간첩이 죽인 것이다” [尹의 1060일 ⑪]

2025-04-20

윤석열의 1060일

2023년 11월 29일 오후 6시43분 경기 안성시 죽산면 칠장사. 사찰을 휘감은 칠흑같은 어둠 속에서 새빨간 불길이 타올랐다. 불이 난 곳은 칠장사의 요사채(승려 숙소)였다. 매캐한 연기가 요사채 주변을 뒤덮었고, 곧이어 사람이 접근할 수 없을 정도로 불이 커졌다. 목격자들은 불을 끄러 갈 엄두도 내지 못하고 발을 동동거렸다. 목조 건물이었던 요사채는 이내 검게 전소했다. 그 안에는 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장을 지낸 자승 스님이 있었다. 자승 스님도 스스로 분신해 요사채를 모두 태우고 입적했다.

불교계 유력 인사였던 자승 스님의 돌연한 죽음에 많은 이가 놀랐지만,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가 특히 발칵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은 마침 당일 밤 관저에서 조태용 당시 국가안보실장을 포함해 수석보좌관들과 만찬을 하던 도중 자승 스님의 사망 사실을 보고받았다. 윤 전 대통령은 반응은 자살을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는 듯 분노였다. “절대로 돌아가실 리 없다. 자승 스님이 자신에게 불을 질러 입적한 것은 사실상 자살인데, 그럴 리가 없다.”

그는 이어 이렇게 말했다. “이 사건에는 ‘대공 용의점’이 있다. 좌파들 내지 국외 공작원에 의한 타살일 것이다. 자살은 아닐 것이다. 좌파나 국외 공작원이 죽인 것이다….” 윤 전 대통령은 그 자리에서 조태용 안보실장을 통해 국가정보원에 “대공 용의점을 수사하라”고 지시했다.

당시 칠장사 현장에 갔던 중앙일보 기자에게 당일 밤부터 이튿날까지 경찰·소방 및 국립과학수사연구원 현장 감식 인원 외에 검은 정장을 입은 넥타이 부대 수십여명이 별도 조사를 벌이던 모습이 포착됐다. 국정원 요원들이었다. 국정원 측에 이유를 문의하니 이같은 답이 돌아왔다.

“자승 스님이 불교계 유력 인사이고 사찰 화재 원인이 명확히 밝혀지지 않은 상황에서 경찰 수사와 별도로 테러 및 안보위해 여부 등을 확인하는 차원에서 현장 점검을 실시했다. 동 점검은 테러방지법 시행령 21조(대테러합동조사팀)에 의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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