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최인혁 기자]지난 10일부터 이틀간 진행된 국회 교섭단체대표 연설이 올해도 여야 간 고성과 야유로 얼룩졌다. 이들은 양당 교섭단체대표의 연설을 경청하기보다 훼방에 집중하며 정치 양극화의 단면을 드러냈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11일 국회에서 대표연설을 통해 윤석열 정부의 지난 3년간의 업적을 부각하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말 바꾸기’ 논란 등을 직격했다. 이에 국회에서는 전날 이 대표의 교섭단체 대표 연설에 이어 이날에도 ‘고성’과 ‘야유’가 등장했다.
이 대표는 전날 대표연설에서 민주주의 강화와 ‘잘사니즘’ 등을 강조했다. 특히 이 대표는 ‘국민소환제 도입’을 언급하면서 차기 대권 주자로서 존재감도 드러냈다. 그러자 국민의힘은 이 대표를 향해 “불체포특권 포기는 어떻나. 법인카드 쓴 것을 토해내라”라고 항의하면서 이 대표의 연설을 방해했다.
이에 이날 진행된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의 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서는 야당의 복수가 이뤄졌다. 권 원내대표는 “현 정부 출범이 3년이 채 되지 않았지만, 그동안 적지 않은 성과가 있었다”라면서 “거시경제가 안정을 되찾고,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일본과 대만보다 높은 3만 6000달러대에 진입했다. 6%까지 올랐던 물가 상승률 또한 현재 2%대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라고 윤석열 정부의 업적을 강조했다.
이어 권 원내대표는 지난 문재인 정부에서 진행됐던 탈원전,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 집값 통계 조작, 태양광 사업 비리 등을 언급하며 민주당 비판에도 힘을 실었다. 민주당은 권 원내대표가 문재인 정권을 겨냥해 비판을 쏟아내는 것에 대해서는 ‘침묵’을 지켰다.
이 대표가 전날 국민의힘 의원들이 연설을 방해하자 “내일 여러분들의 대표가 말씀하실 때 (우리가)조용히 해 드리겠다”라고 자중을 요청한 것에 이어 박찬대 원내대표가 의원들에게 고성·조롱·야유 자제령을 내렸기 때문이다.
그러나 권 원내대표가 “국가 위기의 유발자, 헌정질서 파괴자는 이재명 세력이다. 국정 혼란의 목적은 오직 하나 민주당의 아버지 이재명 방탄이다”라면서 이 대표를 향한 비난 수위를 높이자 민주당 의원들은 고성으로 항의하고 야유를 보냈다.
민주당 의원들은 권 원내대표를 향해 “지금 내란을 옹호하는 것이냐”, “국정을 파괴한 것은 윤석열이다”, “국민의힘 해체하라”라고 반발했다. 의원들의 반발이 지속되자 이 대표는 자중하라는 손짓을 보내며 만류에 나섰지만, 이들은 권 원내대표의 연설 중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거나, 삼삼오오 사담을 즐기면서 사실상 대표연설을 보이콧했다.
여야는 앞서 정치의 양극화 문제가 대두되자 2023년 10월 국회 본회의장 내에서 고성·야유·피케팅 등을 금지하는 내용의 신사협정을 체결한 바 있다. 그러나 지난해에 이어 올해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도 신사협정은 이행되지 못했다. 이에 정치권에서는 여야가 정치 양극화 문제를 해결할 의지가 부족하다는 비판이 지속되고 있다.
박창환 정치평론가는 미디어펜과의 통화에서 “비상계엄 사태 이후 정치의 양극화가 나타날 수밖에 없는 상황인 것은 맞다. 하지만 국민들은 현재의 정치 상황과 민생에 불안감을 드러내고 있고 그런 상황일수록 국회의원들의 역할은 이러한 것들이 안정되도록 하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박 평론가는 “그럼에도 현재 국회는 협상과 타협을 하지 않고, 합의된 것마저 어기고 있다. 이들의 기본적인 태도는 낙제라고 평가하기도 민망할 정도로 꼴불견이다”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