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세금융신문=고승주 기자) 임이자 국회 기획재정위원장이 16일 국세청 고위공무원단 구성 관련 비고시 출신 세무공무원 홀대 문제를 제기했다.
임 기재위원장은 이날 국세청 본부청사에서 열린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국세청 국정감사에서 “AI만 가지고 혁신할 생각하지 마시고 AI가 세금 징수해오는 건 아니다”라며 “사람들이 하는 일들이 굉장히 중요하다. 국세청장 이름 걸고 인사 문제부터 고시, 비고시 가리지 말고 비고시 출신들도 기회가 될 수 있도록 희망의 사다리를 놓아줄 수 있는 그런 국세청장이 되시기를 바란다”라고 당부했다.
국세청 1~2급 고위직은 국세청 차장을 포함해 37명이지만, 비고시 출신은 4명이다. 1급 고위직 중에는 한 명도 없고, 2급 기관장 중 1명, 2급 소속기관 1명, 국장이 2명이다.
조직 구성원의 약 98~99%에 달하는 비고시들은 한 수만 잘못해도 승진 순번에서 밀려난다.
좀 더 자세히 살펴보면 상황은 조금 더 복잡하다.
출신 학교, 출생 지역, 학번, 직맥, 혼맥뿐만 아니라 국세청 보직 내 조사-인사-감사-세원-송무-징수 등 각 직무 간 구분과 서열이 존재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소수인 사법고시들도 어려움을 겪는 건 마찬가지인데, 열심히 하고 보상받는 사시 출신들도 있지만, 노력하면 할수록 좋든 싫든 눈에 띄기가 쉽다.
행시들은 큰 문제가 없다면 고위공무원 승진이 어느 정도 보장돼 있고, 또한 지방국세청장 등 기관장 임명 역시 보장돼 있는 편이다. 행시 선배들로부터 눈도장 받은 행시 후배는 특정 시기, 실무 경험과 전혀 무관하게 특정 직무 핵심 보직에 배치돼 소위 XX통으로 길러진다.
행시들도 모두 편한 건 아닌데, 승진 잘하고 보직 잘 받을 때가 선배지, 조금이라도 경력이 뒤틀리면, 행시 후배들로부터 냉대와 홀대, 심지어 비난과 놀림의 대상마저 되는 경우도 있다고 전현직 공무원들은 말한다.
이는 조직 내 균열을 야기하며, 열심히 일한 사람보다 줄을 잘 선 사람, 인맥으로 단단히 얽혀진 라인, 행시는 행시, 비고시는 비고시 식의 부정적 정서를 양산한다.
기재부 내 모 외청의 경우 행시들의 인사 독점으로 심각한 조직 균열을 야기하다가 고위직 인사청탁이란 부정적 이슈에 휘말린 바 있다.
이런 수직구조는 국세청만이 아니라 행정부 모두의 문제이며, 행정고시는 애초에 고위공무원 양성 측면에서 인력을 채용하기에 행시 쏠림 현상은 어느 정도 발생할 수밖에 없다.
국세청과 같은 집행기관은 구조상 특정 경로는 좁혀서 권력을 집중시킬 필요가 있다. 모든 길을 넓히면 기관장은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다만, 과도하게 경직된 권력구조를 가진 조직은 조직 유연성과 대응력이 훼손되며, 중장기적으로는 유능한 인재 유치에 실패할 가능성이 커진다.
임 기재위원장은 신입공무원 선호 부서 중 국세청이 2등 꼴찌라는 최기상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질의를 예시로 들면서 “국세청이 행정고시 출신만 다 독식하고 이러니 조직이 굉장히 딱딱하다”며 사기 진작적인 측면에서 고려를 재차 당부했다.
임광현 국세청장은 “지금 과장급까지 보면 비고시 인력이 확대돼 있다”며 “향후 고위공무원단에서도 비고시 출신들을 양성해서 비중을 늘리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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