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멸구와 폐유 그리고 AI

2024-10-16

[전남인터넷신문]올해 벼농사는 벼멸구 피해가 막대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벼재배를 오랫동안 해 온 고령자분들은 벼멸구의 무서움을 익히 알고 있으며, 폐유가 연상될 것이다. 과거 농약이 많지 않았던 시절에는 벼멸구가 급격하게 번식하게 되면 농부와 벼멸구 간에 전쟁이 시작되었다.

단위면적당 벼 수확량이 많지았았던 시절에 벼멸구가 발생하면 타격이 매우 컸기 때문에 벼멸구의 방제는 그 무엇보다 중요했으나 방법은 많지가 않았다. 당시 벼멸구 방제에 가장 많이 이용했던 방법은 기계에서 쓰고 버리는 엔진유(중유와 모빌유)의 찌꺼기를 논의 물에 뿌리고, 바가지 등으로 기름이 떠다니는 물을 벼포기에 끼얹어 기름이 묻게 하는 방법이었다,

폐유를 논의 물에 뿌리면 유막이 생겨 벼 밑둥 포기에 달라붙어 있는 벼멸구가 떨어져 호흡할 수 없게 되어 질식해 죽게 하는 방법이다. 또한 폐유를 뿌려 놓은 물을 벼의 줄기 아래쪽에 끼얹어 벼나 벼멸구에 기름이 묻게 해 놓으면 벼멸구가 호흡을 못해 죽게 하는 방법이었다.

이 방법을 시행하는 데는 많은 인력이 필요했는데, 벼멸구가 성행한 해는 품앗이도 못 할 정도로 방제가 시급했다. 그래서 고사리손까지 빌렸다. 어린아이들까지 벼 논에 동원되어 바가지를 들고 폐유가 뿌려진 논의 물을 바가지로 퍼서 벼 포기에 끼얹었다.

허리를 펼 틈도 없이 벼 포기를 제쳐 가면서 폐유가 뿌려진 논의 물을 바가지로 퍼서 벼포기에 끼얹는 작업은 어른이나 아이들 모두에게 힘든 작업이었다. 특히 뛰어놀기에 바빴던 아이들은 허리가 아프고, 벼에 피부가 긁히는 아픔 못지않게 언제 작업이 끝날지 모르는 막막함과 지루함이 더 지치고 힘들게 했다.

과거나 현재 벼 재배에서 제일의 적이라고도 할 수 있는 벼별구는 노린재목 멸구과 곤충으로 몸길이가 4~6mm 정도 된다. 벼 줄기에서 즙액을 빨아 먹어 벼의 성장을 방해하며, 피해가 심할 경우 벼가 말라 죽으며 수확량을 크게 감소시키는 무서운 해충이다. 국내에서는 월동하지 않고, 장마기에 중국 남부에서 바람을 타고 우리나라로 날아온 후 증식하여 벼에 피해를 입힌다.

장마 시기에 날아온 벼멸구는 극히 적으나 번식력이 강하고, 1개월에 세대교체를 반복하면서 증식해 3세대째가 되는 가을경에는 폭발적으로 수가 늘어난다. 수가 늘어난 벼멸구는 벼의 양분을 집중적으로 빨아먹고, 논의 일부가 원형상으로 도복하거나 고사되면서 피해가 발생하기 쉬워진다.

따라서 벼별구의 예방과 함께 수시로 벼멸구의 발생 예찰(豫察)이 중요하다. 예찰 방법은 주로 벼의 포기 주병에 점착제를 도포한 조사판을 놓은 다음 벼의 잎이나 줄기를 흔들거나 두들겨서 벌레가 떨어지도록 하여 충의 종류, 수 등을 육안으로 조사하는 방법이 사용된다. 그런데 이 방법은 벼별구가 4-5mm에 불과하고 유사 곤충도 많아 숙련된 전문가가 필요하며, 조사판 1장당 1시간 이상 걸릴 수도 있다. 그러므로 숙련된 전문가가 필요한 점과 소요되는 시간을 감안하면 많은 면적에 대해 예찰을 제 시기에 못하게 되고, 그에 따라 올해처럼 벼멸구에 의한 큰 피해가 나타나는 원인이 될 수 있다.

즉, 벼멸구 방제에 관한 농약은 폐유와 손노동에 의해 방제했던 시대를 벗어나 있으나 폐유처리와 같은 방식의 예찰을 벗어나지 못해 여전히 벼멸구 피해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따라서 이번 벼멸구 파동과 같은 것이 반복되지 않으면 벼멸구 발생 정도를 신속하게 예찰하고, 발생 즉시 곧바로 방제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일본농업기술연구기구(農研機構)에서는 2022년에 벼별구를 90% 이상의 정밀도로 인식・자동 카운트 할 수 있는 AI(Artificial Intelligence, 인공 지능)를 개발했다고 밝혔다. 이 AI는 조사판 1장당 육안으로 1시간 이상 걸릴 수도 있는 조사 시간을 3~4분으로 단축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나 있다.

정부는 벼멸구 피해를 농업재해로 인정하고 재해복구비를 지급하기로 결정함에 따라 벼멸구 피해를 입은 농가는 한숨을 돌릴 수 있게 되었으나 이것은 근본적인 대책이 될 수 없다. 보다 근본적인 대책은 일본의 벼멸구 인식과 계측 AI처럼 빠르게 진보하는 과학과 기술을 농업에도 빠르게 적용하여 피해 예방은 물론 생산성을 높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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