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대 금융지주 작년 이어 올 1분기도 역대급 실적
순이익 5조 훌쩍 넘고, 이자 이익은 10조 돌파
작년 금융사고액 3595억 넘어 역대 최고 수준
외형 성장에만 몰두 내부통제엔 소홀한 결과
지난해에 이어 올해 1분기에도 국내 4대 금융지주(KB·신한·하나·우리금융)가 역대급 실적을 낸 가운데 금융사고 규모도 역대 최대였다. 경기침체 속에 ‘이자 장사’ 비판을 받는 상황에서 고객이 맡긴 돈까지 빼먹는 사고가 빈번했다는 의미다. 금융사들이 외형적 성장에만 몰두한 채 내부 통제에는 소홀한 결과다.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KB·신한·하나·우리금융지주의 1분기 당기순이익은 총 4조9289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1분기 4조2215억원보다 7074억원(16.7%) 증가한 규모다. 이전 최대치였던 지난해 3분기 실적(4조9128억원)을 뛰어 넘어 분기 기준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여기에 NH농협금융의 1분기 당기순이익이 7140억원을 더하면 5대 금융지주의 1분기 순이익은 5조6429억원에 달한다.
KB, 신한, 하나금융은 나란히 1분기 기준 사상 최대 규모의 순이익을 냈다. 농협금융은 지난해 1분기(6448억원) 대비 10.7% 늘며 우리금융(6156억원)보다 한 단계 앞선 4위를 기록했다.
우리금융만 전년 동기 대비 2084억원(25.3%) 줄었다. 명예퇴직 비용과 증권사 출범 등으로 일회성 비용이 늘고 디지털IT 등 투자 확대로 판매관리비가 늘어난 영향이 컸다.
기준금리 인하기에도 금융지주들이 역대급 실적을 올린 건 지난해 홍콩 H지수 ELS 배상에 따른 기저효과에다 이자이익이 탄탄하게 받쳐 준 결과다. 대출 자산이 꾸준히 늘어난 가운데 저원가성 자금 조달 등으로 이자이익은 견조한 증가세를 보였다.
4대 금융지주의 이자수익은 10조6419억원으로 10조원을 돌파했다. 금리 인하기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1분기 10조4046억원보다 2373억원(2.28%) 증가한 것이다.
지난해에도 5대 금융은 18조8742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거둬 역대 최대를 기록한 바 있다. 올해는 1분기에만 이미 5조원을 훌쩍 넘어 올해는 20조원 달성도 가능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그러나 역대 최대 실적 잔치 속에 임직원의 횡령, 배임 등 금융사고 역시 사상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강민국 의원실이 금융감독원에서 제출받은 ‘국내 금융업권 금융사고 발생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금융사고 규모가 3595억6300만원(112건)으로 역대 최고 수준이었다.
금융사고 규모와 건수는 계속 증가하는 추세다. △2019년 424억4000만원(60건) △2020년 281억5300만원(74건) △2021년 728억3000만원(60건) △2022년 1488억1600만원(60건) △2023년 1423억2000만원(62건)으로 점차 늘었다.
특히 지난해는 전년대비 사고 건수가 2배 가까이 늘고 사고액은 2배를 훌쩍 넘어섰다.
올해에도 이미 100일만에 481억6300만원 규모의 금융사고가 집계됐다. 최근 하나은행에서 발생한 74억원대 부당대출과 사기에 의한 350억원 규모 금융사고는 포함되지 않은 수치다.
사고 종류별로 살펴보면 배임과 횡령 등이 전체 사고 액수의 절반가량을 차지했다.
업무상 배임이 2524억9400만원으로 가장 많았으며, 횡령·유용 1909억5700만원(203건), 사기 1626억100만원, 도난·피탈 13억5100만원 등 순이었다.
업권별로는 은행이 4594억9700만원(54.6%)으로 압도적으로 많았다. 증권이 2505억8400만원(29.8%), 저축은행 571억200만원(6.8%), 손해보험 472억5500만원(5.6%), 카드 229억6600만원(2.7%), 생명보험 48억8000만원(0.6%) 등이 그 뒤를 이었다.
은행별로는 우리은행이 1158억3100만원으로 최다를 기록했다. KB국민은행 912억9600만원, NH농협은행 749억3100만원, 경남은행 601억5900만원 등 순이다.
금융사들이 호실적에도 대놓지 웃을 수 없는 것은 ‘이자 장사’ 논란보다 빈번해지고 대담해진 금융사고 규모 때문이다.
해마다 금융당국과 금융사들이 내부통제 강화를 약속하지만, 수익이 불어난 만큼 내부통제나 감시 시스템은 강화하지 않은 탓이다.
특히 지점 단위에서 발생한 횡령의 경우 과거 수 십억 단위였으나 최근 적게는 100억원대에서 수 백억원 대로 액수가 커졌다. 한 사람이 수 년간 반복적으로 거액을 빼돌릴 수 있었던 것은 내부통제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는 방증이다.
또 최근 금융사고 중 주목할 점은 우리금융의 손태승 전 회장 친인척 부당대출과 기업은행 전현직 임직원이 연루된 금융사고처럼 여러 명이 조직적으로 가담해 수년에 걸쳐 대형사고를 일으켰다는 점이다.
개인의 모럴헤저드로 치부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닌 조직의 도덕적 해이와 내부감사 실패를 적나라게 드러낸 것이다.
지난해 대형 금융사고가 잇따라 터진 후 각 금융지주는 은행을 중심으로 내부통제 시스템 마련에 나섰다. 주로 상시 감사와 내부 고발 활성화를 위한 조치에 방점을 뒀다. 그러나 위계적인고 폐쇄적인 조직 분위기와 뿌리 깊은 실적 중심 문화를 바꾸지 않는 한 고객의 신뢰를 되찾기 어려울 것이다.
김수미 선임기자 leol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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