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경업 전략사업본부장 겸 논설위원

VIP(브이아이피)는 ‘Very Important Person(베리 임포턴트 펄슨)’의 약자다. 글자 그대로 매우 중요한 사람을 가리킨다. 그런 만큼 남다른 대우를 받는 고객이나 또는 인물에게 쓰인다. 사전적으론 ‘국빈, 귀빈, 요인 등과 같이 특별히 대우해야 할 아주 중요한 인물’을 뜻한다.
VIP는 백화점, 모바일 게임, 은행ㆍ카드사, 공연업체, 호텔ㆍ여행업계 등 다양한 분야에서 마케팅용으로 널리 활용된다. 연간 소비ㆍ거래가 일정액을 넘는 고객에게만 별도 이용 공간이나 특별한 서비스ㆍ상품을 제공하는 식이다.
▲VIP는 한국 공직사회에서 대통령을 의미한다. 대통령실은 물론 공무원이나 공공기관 직원, 군부대, 정치권 등에서 대통령 지시를 곧잘 ‘VIP 지시사항’이라고 하는 경우가 흔하다. 예컨대 각 부처가 작성하는 예산안 설명자료에 ‘VIP 지시사항’이란 표현으로 예산의 필요성을 강조한다.
그런데 VIP는 단순히 대통령을 지칭하는 용어에 그치지 않는다. 역대 정권에서 보듯 최고 권력의 상징으로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우곤 했다. 위불법의 경계 언저리에 있는 대통령의 지시나 뜻을 전할 때 VIP란 호칭이 쓰이기 일쑤였다.
▲2023년 7월 19일 경북 예천군에서 집중호우로 인한 민간인 실종자 수색 중 해병대 1사단 소속 고(故) 채수근 상병이 급류에 휩쓸려 순직하는 안타까운 사건이 발생했다. 그때 채 상병은 기본 안전 장비도 갖추지 않은 상태에서 작전에 투입돼 짧은 생을 마감했다.
이에 따라 해병대 수사단이 지휘 책임자 등에 대한 조사를 진행해 임성근 1사단장 등을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기소하려 했다. 그 과정서 이른바 ‘VIP 격노설’이 불거졌고, 결국 임 사단장 등에 대한 처벌이 없던 일이 됐다. 부실수사란 비판이 거세지면서 억울한 죽음에 대한 진실을 파헤쳐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진 이유다.
▲그렇다. ‘VIP 격노설’은 윤석열 전 대통령이 2023년 7월 31일 외교ㆍ안보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채 상병 사건 조사결과를 보고받은 뒤 격노했고, 이종섭 당시 국방부 장관에게 전화로 질책하면서 수사 축소ㆍ왜곡으로 이어졌다는 의혹이다.
이와 관련 이명현 순직해병특검팀이 ‘VIP 격노설’의 진상을 규명하기 위해 그 시기 회의 참석 자들을 줄소환하는 등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특검팀이 한 점의 의구심도 남지 않도록 사건의 전말을 낱낱이 밝혀내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