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여성정책연구원 보고서
배우자 있는 노년 가구 중
남성이 받은 돌봄시간 36.3시간인데
여성은 8.9시간 불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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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노년층이 배우자인 남성 노년층을 돌보는 시간이 반대의 경우보다 월등히 긴 것으로 나타났다. 살던 집에서 돌봄 서비스를 받는 ‘재가급여’ 원칙이 돌봄 정책의 중심으로 자리잡고 있는 가운데 배우자 돌봄 부담이 여성 노인에게 집중되지 않는 방법이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2일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이 발간한 ‘젠더관점의 사회적 돌봄 재편방안 연구: 고령화 시대, 노인돌봄 격차 해소 전략’ 보고서에 따르면 부부가구 중 남성이 돌봄을 받은 시간은 주당 36.3시간인데 비해 여성은 27.4시간으로 8.9시간 적었다. 이는 여성은 배우자를 더 많이 돌보지만, 배우자로부터 돌봄은 덜 받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해당 연구는 지난해 7월~8월 장기요양 재가급여를 이용하는 3~5등급 노인 1300여명을 대상으로 이뤄졌다.
소득이 낮을수록 돌봄시간은 낮아졌는데, 소득 수준이 가장 낮은 집단 내에서도 여성은 남성보다 돌봄을 받은 시간이 적었다.
여성 노인은 ‘공적 돌봄’에, 남성 노인은 ‘배우자’에 대한 의존이 가장 높은 것으로도 나타났다. 공적돌봄이란 방문요양, 주야간보호센터 등 공적돌봄서비스를 의미한다. 부부가구 남성 중 배우자가 1순위 주돌봄자인 노인은 78.6%인데 반해 여성은 60%로 약 20%포인트 낮았다. 부부가구 여성은 배우자가 있더라도 공적돌봄이 1순위라는 응답이 33%로 남성(15.7%)의 두배가 넘었다.
이러한 비대칭이 나타나는 이유는 현 노년층에서 아내의 돌봄 역할이 당연시되고, 생애과정의 차이로 인해 돌봄역량 차이가 나타나기 때문이다. 연구진은 “식사준비에 있어 여성 노인과 남성 노인의 요구가 사뭇 다른 양상을 보인다”며 “평생 집안일을 해왔던 대부분의 여성 노인들에게 반찬 만들기는 눈이 잘 보이지 않아도 대충은 할 수 있을 정도로 몸에 익혀져 있어 누워 있는 상황이 아니라면 어느 정도는 스스로 할 수 있다”면서 “남성 노인들은 공통적으로 타인의 도움이 꼭 필요한 부분으로 반찬 만들기를 들고 있다”고 설명했다.
연구진은 살던 집에서 돌봄 서비스를 받는 ‘재가급여 원칙’이 주요 정책으로 추진되는 가운데 재가노인을 위한 적절한 인프라가 마련되지 않는다면 배우자 돌봄에 대한 부담이 여성 노인 부담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정책적으로는 여성 노인의 가사 부담을 완화할 수 있는 ‘식사 및 영양서비스’ 등이 재가서비스에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제3차 장기요양 기본계획에 식사 및 영양서비스는 포함돼 있지 않는데, 부부 중 한명이 장기요양 재가급여를 이용하는 경우 식사와 영양서비스를 보편적 서비스를 제공하면 여성 노인의 가사노동 부담을 완화할 수 있어서다.
또 ‘주야간보호 서비스’ 이용률을 높여 방문요양이 충족시키지 못한 돌봄 공백을 메우고, 가족구성원을 돌보는 이들을 대상으로 가사 및 돌봄 프로그램을 개발해 돌봄 역량을 강화할 수 있는 교육을 실시할 필요성도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