샌드허스트 경연대회 [김태훈의 의미 또는 재미]

2025-02-19

샌드허스트(Sandhurst)는 영국 육군사관학교의 명칭이다. 학교가 런던 서부 버크셔주(州) 샌드허스트에 있다 보니 지명이 자연스럽게 교명이 됐다. 제2차 세계대전을 연합국의 승리로 이끈 윈스턴 처칠 전 영국 총리는 이 학교가 배출한 가장 유명한 영국인일 것이다. 찰스 3세 국왕의 두 아들 윌리엄 왕세자와 해리 왕자도 샌드허스트 졸업생이다. 다만 우리 육사와 달리 샌드허스트는 4년제 정규 대학은 아니고 1년 과정이다. 이미 학사 과정을 마친 이들이 오직 육군 장교가 되기 위해 짧은 기간 실전 훈련에만 몰두하는 것이 샌드허스트의 특징이다.

미국 육사는 웨스트포인트(West Point)라는 이름으로 더 잘 알려져 있다. 학교가 자리한 뉴욕주 웨스트포인트의 지명이 일종의 별명으로 굳어진 것이다. 남북전쟁의 영웅 율리시스 그랜트, 2차대전 당시 연합군 최고사령관 드와이트 아이젠하워 두 명의 미국 대통령을 배출했다. 비록 대통령에 이르지는 못했으나 6·25전쟁 당시 인천상륙작전 성공으로 한국을 구한 더글러스 맥아더 원수도 웨스트포인트 졸업생이다. 지위고하를 떠나 인지도만 놓고 보면 웨스트포인트 출신으로 가장 유명한 인물은 단연 맥아더일 것이다.

2차대전 발발 초기만 해도 미국은 지금과 같은 군사 강대국이 아니었다. 1941년 12월 일본이 하와이 진주만을 기습하며 비로소 파시즘 세력과의 전쟁에 뛰어든 미군은 영국군보다 약했고 무엇보다 전투가 낯설었다. 그런데 미군 장병들은 대전 초반 독일군에 연전연패한 영국군을 ‘겁쟁이’라며 업신여겼다. 반면 영국군 장병들은 실전 경험이 부족한 미군을 ‘풋내기’라고 무시했다. 이렇게 서로 티격태격하면서도 끝까지 동맹을 유지한 끝에 나치 독일을 무너뜨렸으니 장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샌드허스트와 웨스트포인트 졸업생들의 합작품이라고 하겠다.

웨스트포인트 주최로 해마다 열리는 ‘샌드허스트 경연대회’가 있다. 세계 각국 사관생도들이 모여 체력과 전투력을 겨루는 시합이다. 미국 육사의 행사인데 왜 영국 육사 이름이 붙었을까. 1967년 교환 장교로 웨스트포인트를 방문한 영국군 장교가 미 육사 생도들에게 샌드허스트 명의로 ‘영국 장교의 검’을 선물한 것이 유래로 알려져 있다. 생도들 간 치열한 경쟁에서 우승한 주인공에게 바로 이 칼이 부상으로 주어졌다고 한다. 애초 웨스트포인트 내부 경합으로 시작한 것이 1994년부터 국제 대회로 확대됐다. 2025년도 샌드허스트 경연대회가 오는 4월 열리는 가운데 한국 육사를 대표해 참가할 생도들도 요즘 훈련에 여념이 없다는 후문이다. 부디 좋은 성적을 올려 한국군의 존재감을 발휘하길 바란다.

김태훈 논설위원 af10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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