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글로벌 결제기업 비자가 글로벌 지불결제 시장에서 한국이 리더십을 잃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커머스 인증, 안심클릭 제도화, 모바일 결제 등을 통해 글로벌 시장을 선도했던 한국 금융이 최근 5년간의 지불결제 시장 변화에 빠르게 대응하지 못하고 개방성을 잃고 있다는 것이다.
강동순 비자코리아 부사장은 17일 서울 여의도 FKI타워에서 열린 '제20회 스마트금융콘퍼런스' 기조강연에서 “최근 5년간 지불결제시장 변화가 그 이전 50년의 변화보다 훨씬 크다”면서 “앞으로의 지불결제 시장 변화는 도시를 얼마나 개방성 있게 바꾸느냐가 핵심 과제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강 부사장은 최근 글로벌 시장에 빠르게 확산하고 있는 컨택리스 결제 수단인 '오픈루프' 사례를 들었다. 오픈루프는 별도 교통카드 없이도 신용카드 접촉만으로 전세계 다양한 교통 수단을 이용할 수 있는 서비스다. 전 세계 830여개, 아시아에만 100개가 넘는 교통수단에서 오픈루프 결제가 가능하지만 정작 한국에서는 단 한 군데도 이를 적용하지 않고 있다. 비자는 지난달에서야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제주도 내 버스에 오픈루프 결제를 적용하기로 합의를 마쳤다.
강 부사장은 “한국 금융 인프라는 외국 사람들에게는 여전히 인색하지만, 반대로 한국 사람들은 해외에서 벌써 오픈루프 등 컨택리스 수단을 활발하게 사용하고 있다”면서 “이미 54% 이상의 한국 여행자들이 해외에서 폭넓게 쓰이는 오픈루프를 이미 사용하고 있는 만큼 다른 글로벌 도시처럼 한국도 빠르게 따라가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금융권을 중심으로 확산하고 있는 '슈퍼앱'도 마찬가지로 개방성을 중심으로 기민하고 유연하게 전략을 수립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슈퍼앱 개방성을 확보하기 위한 다양한 기술을 국내 카드사와도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오픈루프 등 접촉식 결제 뿐만 아니라 QR코드를 이용한 스캔 결제까지도 하나의 앱에서 폭넓게 지원하기 위해서다.
인공지능(AI) 역시 비자가 공을 들이는 분야다. 강 부사장은 “전세계에 분포해 있는 데이터 가운데 정형 데이터로 가장 가치 있는 데이터는 바로 비자의 페이먼트 데이터일 것”이라면서 “데이터에 대한 투자와 부가가치를 높이기 위해 노력 중”이라고 강조했다.
접근 방식도 여타 기술 기반 기업과 차별화된다. 대형언어모델(LLM)이나 알고리즘과 같은 기술 분야보다는 AI생태계를 구축하는 데 보다 공을 들인다. 비자가 지난 10년간 AI에 투자한 금액은 약 4조5000억원에 이른다. 그는 “비자의 사업 기반이 금융 분야인 만큼 AI 역시 더 안전하고 각 나라에서 규제에 맞는 사업을 벌일 수 있도록 내부 통제에 많은 투자를 하고 있다”면서 부정 사용 방지 등 고도화된 위험 관리 서비스를 중심으로 AI 적용을 확대해 나가고 있다고 밝혔다.
류근일 기자 ryury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