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희 누나와 건진 각별했죠”…영화 ‘더킹’ 그 무당과의 인연 [尹의 1060일 ⑮]

2025-04-30

윤석열의 1060일

2016년 10월 서울 강남구 삼정호텔 뒤 ‘일광사’ 포교원 2층. 중년의 한 남성이 개운한 듯 기지개를 켜며 말했다. 괄사 같은 특별한 도구를 사용한 것도 아니고, 장시간 안마를 받은 것도 아니다. 맨손 엄지와 검지로 약 3분간 신체 특정 부위를 꾹 누르는 게 다인 이른바 ‘기 치료’ 마사지를 받고 나서다. 그는 검찰 출신으로 이명박 정부에서 장관까지 지낸 인물이다.

강남 주택가에 자리한 이 정체불명 법당에는 이명박 정부 당시 그의 소개나 ‘영험한 효능이 있다’는 입소문을 타고 고관대작(高官大爵)들이 모여들었다. “차 한 잔 마시다가 뻐근한 몸을 풀기 딱 좋은 곳”이라는 평이 많았다. 입이 모이는 만큼 말도 많이 나왔다.

검사 시절부터 기 치료로 맺은 그와의 인연은 ‘건진법사’로 알려진 전성배(64·이하 건진)씨가 정관계·재계에 인맥을 넓힌 배경이 됐다.

이 법당의 주인에게 기 치료를 실제 체험했다는 한 측근은 이렇게 말했다.

“양의학으로도 고치지 못하는 병을 앓는 사람도 온다. 왜냐? 혈 자리를 만져주고 누르는 것만으로도 차도를 보이는데 어찌 존경하지 않을 수 있겠나?”

건진은 이후 검찰총장 출신 윤석열 전 대통령이 대선에 출마하자 캠프 공식조직 ‘네트워크본부’ 상임고문으로 대선판에 직접 뛰어들었다.

대선 당시 윤 전 대통령 부부와 친분을 내세웠던 무속인이 많았지만 건진처럼 직접 선거운동에 뛰어든 인사는 없었다. 윤 전 대통령을 “하늘이 내렸다”고 치켜세우며 ‘멘토’를 자처한 천공, 윤 전 대통령에게 김건희 여사를 소개했다는 무정스님(일명 심도사) 등도 있었지만 한 법조계 인사는 “정관계 인맥이나 영향력을 따지면 그 중 제일은 건진”이라고 꼽았다.

그는 윤석열 정부 몰락과 함께 각종 검찰 수사를 받는 처지로 전락했다. 지난 1월 ‘영천시장 후보 공천 헌금’ 의혹으로 재판에 넘겨진 데 이어 통일교 간부로부터 김건희 여사 선물 명목으로 고가의 다이아몬드 목걸이와 명품 가방을 받은 혐의(청탁금지법 위반)로 또다시 수사를 받고 있다. 검찰은 4월 30일 목걸이 등의 행방을 규명하기 위해 윤 전 대통령과 김 여사의 서울 서초동 아크로비스타 사저, 코바나컨텐츠 사무실도 압수수색했다.

윤석열 정부 탄생에 직접 기여하고 대통령 부부와 면담을 주선하는 등 숨은 영향력을 발휘했던 자칭 ‘기도하는 스님’ 건진은 누구인지, 또 윤 전 대통령 부부와 관계는 어떠한지 추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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