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눈꺼풀은 반전 증언했다…‘아빠의 살인’ 22년뒤 생긴 일 ⑥

2025-04-29

부검의 세계: 죽은 자의 증언

6화 : 남편이 아내를 눌러 죽였다? 망자 재심 사건

지난 21일 오후 4시10분 전남 해남의 법정 안. 재판부 앞쪽에 놓인 대형 모니터 화면에 사진 한 장이 떠올랐다. 죽은 여성의 눈꺼풀을 확대한 사진이었다. 변호인이 입을 뗐다.

증인은 법의학 감정서를 통해 ‘일혈점(작은 출혈)이 그리 많아 보이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타살에 의한) 전형적인 질식사와는 다른 양상인가요.

네. 완전히 다릅니다.(증인)

그러자 방청석에 앉아 있던 40세 여성이 흐르는 눈물을 조용히 닦아냈다. 22년 전 세상을 떠난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 때문이었을까. 그 어머니를 살해한 혐의로 19년간 옥살이를 하다 1년 전 눈을 감은 아버지 때문이었을까. 아버지를 처벌해 달라고 했던 뉘우침 때문이었을까. 그녀의 부모는 법정에선 각각 피고인과 피살자였다.

그녀는 재판 전 법정 앞에서 기자를 만났을 때, 눈물이 그렁그렁한 눈으로 아버지의 마지막 모습을 전했다.

아버지는 독한 항암 치료로 하얘진 손으로 제 손을 잡으면서 그러셨어요. ‘걱정하지 마라. 난 안 죽을 거야. 억울함을 풀 수 있는 날까진 버틸 거야.’

하지만 이틀 뒤 부친은 세상과 작별했다. 아버지가 풀고자 했던 억울함은 딸에게 고스란히 남았다.

아버지는 생전에 ‘재심’을 간절히 원했다. 재심, 이미 형이 확정된 사람에게서 범죄자 낙인을 지우려는 일이다. 아버지는 재심 결과를 끝내 보지 못하고 눈을 감았지만, 이제 딸이 재심 재판을 지켜보고 있다. 무기징역을 구형하고 선고했던 검찰과 법원에 맞서 무죄를 받아내려는 망자(亡者)와 그 딸은 재심 전문 변호사, 부친의 무죄를 믿는 한 퇴직 경찰관, 새로운 법의학자의 소견에 의지하고 있다.

딸은 아버지의 한을 풀 수 있을까. 이날은 과거 어머니의 부검 결과에 대해 다른 해석을 내놓은 법의학자가 증언한 날이었다. 이제, 어머니의 몸에 남은 흔적을 두고 변호인과 검사가 펼치는 치열한 법의학 신문 대결의 현장으로 들어가 보려 한다. 다른 재심 사건에서 범죄자 낙인을 지워냈던 이들의 성공 비결도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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