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의 역습
〈제2부〉 기후변화와 싸우는 사람들
'남극' '북극' 하면 얼음과 눈이 뒤덮인 이미지가 떠오른다. 생명체가 살기 힘든 극한의 추위는 인간의 접근을 쉽게 허용하지 않는다. 극지(極地)는 인간에게 탐구의 대상이자 미지의 영역이다.
인간이 뿌리내리기 힘든 얼음의 땅은 자연 생태계에서 결정적 역할을 한다. ‘기후 조절’이다. 극지의 별명은 ‘바다의 심장’이다. 차가워진 짠 바닷물은 지구를 도는 ‘해류’의 원동력이다. 해류가 빨라지거나 느려지면 기후도 변한다.
바다뿐 아니라 하늘에서도 중요하다. 남극과 북극 상공에는 거대한 소용돌이가 있다. 지구 상에서 가장 큰 ‘극(極)소용돌이’다. 이는 우리가 사는 중위도 지역 날씨에 밀접한 영향을 미친다. 기후변화로 극지의 온도가 올라 극소용돌이가 약해지면 찬 공기가 남쪽으로 내려온다. 어디로 내려올진 아무도 모른다. 이상한파의 역습이다.
“극지는 기후변화의 시작점이자 종착점”
지구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력도 어마어마하다. 극지에 사는 크릴새우나 해조류 등이 바다 먹이사슬 가장 아랫단에 있기 때문이다. 극지의 변화는 바다와 하늘로 이어진다.
인간도 자유로울 수 없다. 기후를 조절할 만큼 영향력이 세다는 건 ‘기후변화’에 가장 민감한 곳이란 뜻이다. 신형철 극지연구소장은 “극지는 기후변화의 시작점이자 종착점”이라고 말했다.
“기후위기는 존재하지 않는 허구(픽션)”라고 주장을 하는 소수의 과학자들이 있다. 기후위기 허구론자들은 “기후변화는 과장됐고, 여기에 인간이 영향을 미친다는 과학적 근거가 없다”고 한다.
허구론에 대해 극지연구소 출신 두 명의 과학자는 반박한다. 매년 남극과 북극을 직접 방문해 기후변화의 ‘최전선’을 탐험하며 연구하는 이원상 빙하지권연구본부 박사(빙하 전문)와 김지훈 해양대기연구본부 박사(북극해 전문)다.
이원상 박사는 “기후위기 허구론의 주장은 이상 한파가 닥친 날, ‘이것 봐 지구온난화는 없다’고 하는 식”이라며 “트럼프가 이런 수법을 잘 사용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기후변화의 주범은 인간이 맞다”고 강조했다.
지난 14일 인천에 있는 한국해양과학기술원의 부설기관인 극지연구소를 찾아 이·김 두 박사를 만났다. 이들은 “기후 위기는 없다”는 논리에 대한 과학적 반박을 내놨다. 국내 유일의 북극 쇄빙선 아라온호에서 찍은 오징어 영상도 제시했다. “기후 위기를 과장하면 안 된다”는 과학자의 진심도 털어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