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한옥마을에 꽃이 피고, 새가 날았다…이종만의 ‘꽃과 새’展

2025-04-08

향교길68미술관에서 10일부터 22일까지

 전주한옥마을 안쪽, 향교길로 접어들면 고즈넉한 기와지붕 사이로 미술관 하나가 숨듯 자리 잡고 있다. 향교길68미술관. 이 봄, 그곳에서 꽃이 피고 새가 날았다. 이종만 작가의 스물여섯 번째 개인전 ‘꽃과 새’가 10일부터 22일까지 열린다.

 화려한 색감과 거침없는 붓질. 그가 손에 쥔 것은 끝이 넓은 ‘빽붓’이다. 팔레트는 오래전에 벗어두었고, 그의 물감은 하얀 그릇 안에서 숨을 쉰다. 손에 물감이 닿고, 종이에 생기가 번지면 자목련이 피어나고, 비둘기가 날갯짓을 시작한다. 붓이 멈춘 자리마다, 봄이 태어난다.

 이번 전시에서는 대형 작품과 함께, 손바닥만 한 크기의 그림들이 관람객을 맞는다. 작지만 큰 그림이다. 작품의 크기가 감동의 크기를 정하지 않는다는 걸, 그는 알고 있다. 화폭은 작지만, 꽃과 새의 세계는 캔버스 바깥까지 번져나간다.

 이 작가는 오래도록 미술교사로 살았다. 아이들에게 그림을 가르치고, 교실에서 사계절을 보냈다. 교직을 내려놓은 뒤 그는 작가로 돌아왔다. 그리고 어느 해, 이탈리아 베르가모에서 전시를 열 기회가 왔다. 그곳에서 그는 ‘민화’와 다시 만났다. 전통 그림에서 빌려온 색채는 그에게 새로운 길을 열어주었다. 단순하면서도 상징적인 민화의 감정선은 그의 그림 안에서 더욱 화려해지고, 밝아졌다.

 향교길68미술관의 조미진 관장은 그의 작업을 두고 “붓이 멈춘 자리에서 꽃이 피고, 새가 난다”고 말했다.

 그의 말마따나 힘차고 화려하면서도 묵직한 그림들이다. 한옥마을을 걷다 우연히 마주친 한 점의 그림에서 계절이, 감정이, 그리고 어느 봄날의 빛이 피어난다.

 이 작가는 오늘도 자연을 바라본다. 꽃의 생명력에 빠지고, 새의 생동감에 사로잡힌다. 그는 말한다. “우리 것에 담긴 정서가 가장 나와 닮아 있다”고. 전통을 품은 화려함, 그 안의 고요한 기쁨이 그의 그림에서 피어난다.

 혼란스러웠던 때가 지나고, 이제 희망을 이야기하고 있는 시간. 전주를 찾은 당신이, 꽃과 새 사이에서 잠시 봄을 쉬어갈 수 있기를 모두가 바라고 있다.

 이 작가는 원광대학교 미술교육학과와 대학원을 졸업했다. 그동안 25차례 개인전을 가졌으며, 그룹전에는 200여 차례 참여했다. 예술 발전에 이바지한 공로로 전라미술상, 목정문화상을 수상했다.

 김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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