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투기 선수 추성훈이 어린 시절 재일교포라는 이유로 차별을 당했던 일화를 공개했다.
지난 3일 방송된 MBC '심장을 울려라 강연자들'에서 강연자로 나선 추성훈은 "저는 일본 오사카에서 태어났고 아버지는 재일교포 3세, 어머니는 한국에서 결혼한 후 일본으로 넘어왔다"고 소개하며 현지에서 재일교포로서 겪은 차별에 대해 털어놨다.
그는 "중학교 1학년 때 친구가 100엔을 빌려달라고 해서 줬다. 갚는다고 했는데 안 갚더라"라며 "주머니에서 동전 소리가 나는데도 안 주길래 돈을 달라고 했는데, 그래도 안 주길래 엄청 싸웠다"고 말했다.
이어 "교실에 앉아 있는데 싸웠던 친구의 반 선생님이 찾아와 나 혼자 체육관으로 오라고 하더라"라면서 "(체육관에 갔더니) 갑자기 선생님이 나를 막 때렸다. 영문도 모른 채 맞았는데 그 순간 일본 사람은 때리지 말라고 하더라. 무슨 말을 들은 거지 싶었다"고 했다.
추성훈은 "일단 엄마랑 같이 그 친구 집에 가서 사과했다. 이후 집에 돌아오는 길에 다리를 절뚝이며 집에 갔는데 엄마가 눈치를 채서 구타당한 일을 실토했다. 이런 게 완전 차별이구나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또 "어린 시절 살던 동네가 오사카 지방에서도 (치안이) 나쁜 동네였다"며 "동네 친구들이 거의 다 야쿠자다"고 말했다. 그는 "그런 친구들이 너무 많았지만 아버지의 가르침 덕분에 나쁜 길로 빠지지 않을 수 있었다"고 했다.
추성훈은 "가슴에 태극기를 단 대한민국 국가대표 유도 선수가 되고 싶었다. 저의 꿈이자 아버지의 꿈이기도 했다"며 "대학교를 졸업하면 일반 실업팀으로 가는데, 일본 실업팀에 가려면 한국 국적을 포기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일본 실업팀에서 스카우트 제의가 왔는데 35년 전 당시 월급을 30만엔 준다더라. 24살인 제게는 너무 흔들리는 제안이었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그는 "수도 없이 고민하다가 결국 꿈을 선택했다. 그리고 아버지한테 한국으로 가겠다고 했다"며 30년 전 유도 선수로 활동하며 입었던 도복과 태극 마크가 새겨진 이름표를 공개했다.
하지만 한국 유도계 텃세로 결국 2001년 일본에 귀화한 그는 이듬해 부산 아시안게임에서 한국을 꺾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그는 "한국 사람들한테 '추성훈 진짜 아깝다. 잘하는데 아깝네'라는 소리를 듣고 싶었다"며 "그다음 날 신문 1면에 '조국을 메쳤다'는 사진이 나왔는데, 한국에서 악플이 너무 많았다. 그렇다고 해서 제가 일본에서 사랑받는 것도 아니었다. 일본에서도 악플이 많았다"고 말했다.
그는 "이때 느낀 게 '나는 도대체 어디 사람인가'였다. 한국에서는 일본 사람이라고 하고 일본 가면 한국 사람이라고 했다"며 "유도를 그만두고 무엇을 할까 고민하다가 격투기를 했다. 솔직히 (처음에는) 예전과 같은 일이 일어날까 봐 하기 싫었다. 그래도 열심히 해서 결과가 나왔는데 한국 팬들이 엄청나게 응원해줘서 감동했다"고 했다.
추성훈은 "세상에서 가장 듣기 좋은 말이 추성훈 세 글자"라며 "일본으로 귀화하면서 한국 이름이 없어졌다. 그래도 한국에 오면 '아키야마'라고 부르는 사람 한 명도 못 봤다. '추성훈은 한국 사람이야'라는 말은 지금까지 아픔을 다 해결해주는 한마디인 것 같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