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사랑이 어디까지 잔인해질 수 있을까.
나는 그날 그 끝을 봤다.
때론 익숙해진다는 게 낯설다.
지금도 그 일을 떠올리면 등골을 서늘하게 타고 올라오는,
뭔가 끔찍한 기운을 느낀다.
하지만 그 당시처럼 공포스럽진 않다.
그때처럼 인간이 환멸스럽지도 않다.
그 익숙함이 슬프다.
내 일은 시신을 자주 접하는 직업이다.
내가 20년 전 그 사건 때까지 접했던 죽음과 그 이후 지금까지 치른 죽음은 적어도 ‘양’으로는 비교할 수 없다.
나는 처음과 달리 감정이 무뎌졌고 두려움도 사라졌다.
어느 순간 ‘임계점’ 같은 걸 넘으면 더 이상 자극을 느끼지 못하게 된다.
모든 감정이 다 그럴까?
공포 말고 사랑도 그럴까….
고등학교 때 만난 그들은 서로에게 첫사랑이었다.
남자는 26살, 여자는 25살.
그들이 함께한 7년간의 세월은 당연하고 익숙한 관계를 만들었다.
직장을 잡은 뒤엔 자연스럽게 결혼을 생각했다.
그러나 그들은 왜 미리 알지 못했을까.
세상에 당연한 것은 없다는 것을.
직장을 잡았으니 안정됐다고 생각했던 건데,
막상 직장은 이 젊은이들에게 그간 당연했던 것들을 힘들게 했다.
퇴근 후에도 직장 생활은 이어졌다.
평일의 만남은 힘들어졌고, 주말 데이트도 피곤해졌다.
5, 6번에 한 번이나 통화가 되면 다행이었다.
결국 둘은 싸우기 시작했다.
본격적으로 결혼을 준비하면서 싸움은 더 커져 갔다.
왜 이런 감정 소모를 하게 됐을까.
남자는 결혼에 회의적인 감정까지 들었으나,
이미 식장 예약도 했고 청첩장도 모두 돌린 상태였다.
‘뭐가 문제인 거야….’
…
“OO아파트 투신이래요! 빨리 와주세요.”
경찰을 통해 장례식장으로 다급한 전화가 왔다.
사고사의 처리를 맡는 경우가 더러 있었지만 투신은 정말 끔찍하다.
젊은 남성의 시신은 피투성이가 돼 일그러져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