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모 트레커스
지난 9월 18일 지리산 백무동에서 시작해 10월 18일 태백산 장군봉까지 390㎞를 걸었던 ‘청소년 백두대간 종주’는 서울 영등포구 대림동 살레시오청소년센터 8명이 주인공입니다. 이들은 백두대간에 가 본 적도 없었지만, 한 명의 낙오 없이 완주했습니다. 산에서 한 달을 먹고 자며, 아이들은 몸과 마음 모두 건강해졌다고 말합니다. 또 “다시는 죄 짓지 않고 살겠다”고 다짐했습니다. 한 달간 백두대간을 걷고 난 아이들의 이야기를, 아이들의 시선에서 전합니다.
김빈(18·가명) “백두대간은 나의 선물”
살레시오청소년센터에 오기 전 나의 일상은 또래 아이들처럼 평범하지 않았다. 나는 그간 많은 실수를 저질렀다. 그리고 누군가를 미워하기도 하고, 누군가에게 미움을 사기도 했다.
처음 살레시오청소년센터에 들어왔을 땐 모든 것이 낯설었다. 난 힘들게 생활하는데, 주변 친구들은 뭐든 잘하는 것처럼 보여서 더 힘들었던 것 같다. 그렇게 다른 사람과 나를 비교하며 ‘내가 참 보잘것없구나. 부족하고 서툰 아이구나’ 생각했다. 하지만 나중에 알게 됐다. 나만 그런 게 아니라 여기 있는 친구들 모두가 그런 생각을 하고 있다는 것을.
사실, 나는 모든 사람에게 사랑받고 싶었다. 또 무엇이든 잘하고 싶었다. 하지만 그것이 나의 욕심이었다는 걸 살레시오청소년센터에 와서 깨닫게 됐다. 그래서 욕심을 덜어야겠구나 생각했다. 나는 조급함을 내려놓기로 했다. 부족하고 모자라다는 아이라는 생각 대신 ‘나는 참 멋지다’고 생각하기로 했다. 이제는 ‘모든 게 잘될 것’이라는 긍정적인 생각을 많이 하게 된다.
백두대간을 걷는 동안 그런 생각을 많이 했다. 스스로 나를 챙겨줄 너그러움이 필요하다는 것을. 그래서 백두대간은 내게 큰 힘이었고, 위로였고, 선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