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ARM 현장조사 착수…'경쟁 제한' 정황

2025-11-19

퀄컴이 영국 반도체 설계회사 암 홀딩스(ARM)의 반독점 행위를 전 세계 규제당국에 신고한 가운데, 우리나라 공정거래위원회도 이번 주 ARM홀딩스의 서울 오피스를 대상으로 현장조사에 착수한 것으로 확인됐다. 미국·유럽에 이어 한국도 정식 조사에 돌입하면서 양사 간 글로벌 기술·사업 모델 갈등이 국내 반도체 생태계로까지 확산되는 모양새다.

19일 업계 등에 따르면 공정위는 이번주에 ARM홀딩스 서울 사무소에 현장 조사관을 급파해 현장 조사에 본격 착수했다. 공정위는 ARM이 오랜 기간 유지해온 개방형 기술 라이선스 정책을 최근 사실상 축소하고, 일부 기업에는 계약 변경을 요구하는 방식이 지배력 남용인지 들여다보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장 조사를 통해 관련 자료 확보에 도 나선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조사는 퀄컴이 미국 연방통상위원회(FTC),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에 이어 한국 공정위에도 ARM의 불공정 행위 의혹을 지난 3월 말에 정식 신고하면서 공정위도 본격 조사에 나선 것이다.

퀄컴은 ARM이 20년 넘게 유지해온 개방적 라이선스 정책을 뒤집고, 인수·합병을 통한 신기술 확보를 추진하는 기업들에 대해 계약 재체결·기술 제한 조항을 제시하며 시장 접근을 차단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ARM이 스마트폰 프로세서의 기반 설계(IP)를 사실상 독점한 상황에서 이러한 정책 변경은 경쟁사를 압박하고 시장을 왜곡할 수 있다는 논리를 펼친 것이다.

특히 퀄컴은 ARM이 과거 기술을 제공했던 ‘누비아(Nuvia)’를 퀄컴이 인수한 뒤에 해당 기술을 활용하려면 ARM과 별도 계약을 다시 맺어야 한다고 요구했다며 미국 법원에 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미 연방법원은 1심에서 퀄컴 손을 들어줬지만 ARM은 항소를 제기한 상태다.

이번 주 공정위 조사에서는 ARM의 국내 고객사 대상 라이선스 정책 변화, 계약 조건 변경 과정에서의 부당 압박 여부, 국내 반도체 기업들의 기술 접근 제한 실태 등이 주요 점검 대상이 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에서 ARM의 영향력이 막대한 만큼 라이선스 정책 변경이 국내 시장 경쟁을 왜곡하는지 여부가 관건으로 보인다”며 “유럽·미국 등 주요국 규제당국도 동시에 들여다보고 있어 국제 공조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ARM이 최근 자체 프로세서 개발까지 검토하고 있다는 점도 공정위의 관심을 끄는 요소라고 본다. ARM이 직접 시장에 뛰어들면서 일부 기술을 특정 파트너사에 우선 제공하거나, 기존 고객사에는 제한할 경우 경쟁 제한 효과가 더욱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국내·외 규제당국이 ARM의 라이선스 정책의 불공정 행위를 조사하는 만큼, ARM과 퀄컴 간 갈등이 국내 반도체 생태계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ARM의 IP를 기반으로 칩을 설계하는 삼성전자·애플·퀄컴 등 글로벌 기업들이 모두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또 다른 업계의 한 관계자는 “ARM의 사업 모델은 스마트폰·서버·IoT 등 거의 모든 영역에서 핵심”이라며 “ARM의 라이선스 구조 변화가 현실화되면 국내 칩 설계 생태계에도 직접적인 비용·시간 부담이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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