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력풀 10년 전과 다르지 않아”…액터뮤지션 뮤지컬의 한계 [액터-뮤지션②]

2024-10-16

독특한 연출 기법...뮤지컬 시장 다양성에 기여

"높은 액터뮤지션 허들...정보 얻기조차 쉽지 않아"

"보편화되지 않은 액터뮤지션, 출연자 캐스팅 어려워"

“액터뮤지션 뮤지컬 중에 꾸준히 공연되는 작품이 몇이나 있는지 보세요. 호평을 받은 ‘모비딕’은 두 차례 공연하고 지금까지 다시 공연되지 않고 있고, ‘원스’도 무려 10년 만에 다시 제작되는 거잖아요. 사실상 꾸준히 제작되는 액터뮤지션 뮤지컬은 찾기 힘듭니다. 이게 현재 국내의 액터뮤지션 뮤지컬의 현주소라고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미드나잇: 액터뮤지션’ ‘조로: 액터뮤지션’의 이범재 음악감독의 말이다. 실제로 국내에서 2011년 ‘모비딕’을 시작으로 액터뮤지션 뮤지컬을 처음 선보인 지 벌써 13년여가 흘렀지만, 여전히 한국에선 낯선 장르로 여겨진다. 그만큼 액터뮤지션 뮤지컬이 흔치 않기 때문이다.

다만 업계에선 낯선 장르일지라도 분명한 매력이 있다고 입을 모은다. 액터뮤지션 뮤지컬은 연주와 연기가 동시에 이루어지면서 캐릭터의 감정이 더욱 깊이 있고 입체적으로 표현되고, 관객들의 몰입감을 높인다. 또 음악과 연기가 결합한 다양한 연출 기법을 통해 기존 뮤지컬에서는 볼 수 없었던 새로운 형식의 스토리텔링도 경험할 수 있다. 더구나 한국 뮤지컬 시장의 다양성에 있어서도 액터뮤지션 뮤지컬이 기여하는 부분이 크다.

‘그레이트 코멧’이 2021년 초연한 이후 빠르게 재연에 나선 것도 그렇고, 오랜 시간이 걸렸지만 ‘원스’가 10년 만에 다시 관객들을 찾게 된 것도 액터뮤지션 뮤지컬의 매력 덕이다.

문제는 그 제작 과정이 순탄치 않다는 점이다. 모든 액터뮤지션 뮤지컬의 경우 캐스팅이 가장 큰 골칫거리다. 업계 관계자들은 “액터뮤지션 뮤지컬이라는 개념 자체가 없을 때와 지금, 액터뮤지션 풀은 크게 다르지 않다”고 입을 모은다.

어렸을 때부터 클래식 바이올린을 전공하고 영국왕립음악학교 석사, 최고 연주자 과정을 거친 고예일은 ‘미드나잇’ ‘그레이트 코멧’ ‘조로’ 등에서 액터뮤지션으로 무대에 오르면서도 “여전히 저의 주종목이 아닌 뮤지컬 오디션은 부담과 긴장감이 크다”면서 “악기만 하던 분들에게 액터뮤지션으로서의 오디션의 허들은 높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마땅한 연주자가 없어 음악을 편곡해야 하는 일도 있다. ‘조로: 액터뮤지션’ 관계자에 따르면 모든 출연 배우가 악기를 2개 이상 다루는 영국과 달리, 한국은 그런 배우가 일반적이지 않기 때문에 악기 구성을 한국의 연주자들로 가능하도록 편곡했다.

이범재 음악감독은 “오리지널 버전은 한 배우가 악기를 3개 이상을 다룬다. 그 롤을 똑같이 할 수 있는 사람을 찾는 건 ‘하늘의 별따기’다. 우리나라 시스템 자체가 음악을 전공하지 않으면 악기를 다루는 사람이 많지 않고, 악기를 전공했어도 다른 악기까지 다룰 수 있는 경우는 많지 않다”면서 “더구나 액터뮤지션이라는 직업 자체가 보편화되지 않아서 현실적으로 출연자를 캐스팅하는데 어려움이 크다”고 말했다.

이 같은 현실 때문에 연기 경험이 없는 트럼펫 연주자 허진홍과 뮤지컬 배우인 장지민이 한 배역을 맡는 등 모든 액터뮤지션은 악기에 따라 한 명의 전공자와 1명의 비전공자를 캐스팅했다. 이 감독은 “한 악기의 더블 구성을 악기 전공자와 배우로 팀을 이루면서 악기 전공자는 악기를, 연기 전공자는 연기를 서로에게 가르쳐줄 수 있게 됐다. 덕분에 부족한 부분을 채우면서 시너지를 내고 있다”고 평했다.

‘그레이트 코멧’ 김문정 음악감독도 “악기를 어느 정도 다뤘다가 아니라 수준급의 실력자가 필요하기 때문에 기존 뮤지컬 연주자가 연기와 춤, 노래를 배우도록 했다. 배우들중에서도 악기를 전공한 유경험자들로 꾸렸다”면서 “그럼에도 인력풀이 넓지 않아 아쉬운 파트에 있어서는 음대에 직접 공고를 내기도 했다”고 회상했다.

이범재 감독은 “여러 한계 속에서도 공연 제작사에서 액터뮤지션 뮤지컬에 대한 호기심을 내비치는 분들은 많다”면서 “끝까지 믿고 투자해 주시고, 공연으로까지 이어지는 것에 너무 감사하다. 액터뮤지션 뮤지컬이 시장의 다양성에 큰 몫을 한다고 여겨주시고, 지원해 주는 제작자들이 더 많아졌으면 한다”고 바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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