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금 6조' 쿠팡, 홈플러스 인수 가능성은···이마트·롯데·다이소도 거론

2025-08-05

홈플러스가 법정관리에 들어가면서 청산가치 3조6816억원, 회생채권 2조7593억원을 감내할 새 주인을 찾는 매각 절차가 본격화됐다. 쿠팡·이마트·롯데쇼핑·다이소 등이 거론되는 가운데 각 후보의 재무 체력과 전략적 적합성이 시장의 관심사다.

5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현재 홈플러스는 대형마트와 슈퍼 전 점포를 묶은 통매각 방식을 추진 중이다. 회사 측은 전체 자산 6조8500억원 가운데 4조8000억원가량이 부동산이며, 이를 담보로 최대 2조원 차입이 가능하다고 강조한다. 일부 현금을 보태면 실질 인수자금을 1조원 미만으로 낮출 수 있다는 계산이다. MBK파트너스가 지분 포기를 선언하면서 인수자는 자본 투입과 동시에 경영권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점도 내세운다.

삼일회계법인은 이달 조건부 계약을 체결하고 8월 본입찰, 9월 말 매각 완료라는 일정을 제시했다. 회생계획안 인가 전까지 새 주인을 찾겠다는 계획에 국내 주요 유통기업들이 거론되고 있지만, 고용·수익성·자산 구조 등 복잡한 셈법 탓에 선뜻 나서는 곳은 없다.

먼저 쿠팡은 가장 주목받는 원매자다. 국내 이커머스 시장 점유율이 20%를 넘어선 쿠팡은 온라인에선 확고한 1위지만 오프라인 입지는 사실상 전무하다. 김범석 의장이 "국내 유통 시장 규모는 700조원 이상이 될 것이며 쿠팡의 점유율은 아직 한 자릿수"라고 언급한 바 있듯, 오프라인 확장은 필연적 과제다. 쿠팡이 벤치마킹하는 아마존이 2017년 홀푸드(Whole Foods)를 인수해 오프라인 식품 시장에 뛰어든 사례도 시사점을 준다.

홈플러스가 최근 '메가 푸드 마켓'을 표방하며 식품 유통을 강화한 점 역시 쿠팡의 눈길을 끌 만하다. 작년 말 연결 기준 현금성자산은 5조7713억원, 별도 기준으로도 2조6844억원에 달한다. 차입금을 제외한 순현금은 2조855억원이다. 40조원에 육박하는 매출과 3조원 가까운 잉여현금흐름을 고려하면, 홈플러스 부실 채무를 해소하고 추가 설비투자까지 가능한 유일한 후보라는 평가다.

기존 대형마트 사업자인 이마트와 롯데쇼핑도 거론된다. 전국 점포망을 기반으로 홈플러스를 품으면 경쟁 지위를 압도적으로 끌어올릴 수 있다. 그러나 재무 상황은 녹록지 않다. 이마트는 올해 3월 말 연결 현금성자산이 1조3664억원, 본사 기준으로는 2424억원이다. 연결 순차입금은 11조655억원으로 자기자본(13조424억원)의 84% 수준으로 큰 비중을 차지한다. 연간 1조원에 달하는 투자 계획과 회사채 금리 3% 후반, 은행 차입금 금리 5%대 부담을 고려하면 인수는 곧바로 재무 리스크로 이어질 수 있다.

롯데쇼핑 역시 상황은 비슷하다. 3월 말 별도 기준 현금성자산은 1조1107억원, 연결 기준은 2조3414억원이다. 하지만 상당 부분이 차입금 성격이라 실제 활용 여력은 제한적이다. 현재 전략상 롯데쇼핑은 신규 출점보다는 부진 점포 매각과 구조조정에 무게를 두고 있다. 여기에 홈플러스 점포 상당수가 기존 사업자와 상권이 겹치고, 세일앤리스백(Sale & Lease Back) 구조로 운영돼 실질 자산가치가 낮다는 점이 부담이다.

다이소는 의외의 다크호스로 떠올랐다. 지난해 매출 4조원, EBITDA 4210억원을 기록했으며, 자산총계는 1조7346억원이다. 이 중 30%인 5013억원이 현금성자산이고, 차입금은 '0'이다. 무차입 경영으로도 높은 수익성을 이어가며 재무 안정성이 단연 돋보인다. 생활용품에서 뷰티·의류·건강기능식품으로 외연을 넓히고 있으며, 경기도 평택에 800평 규모 초대형 매장을 여는 등 대형 매장 전략에도 힘을 주고 있다. 홈플러스의 전국 120여개 대형마트와 300여개 SSM, 7개 물류센터는 다이소의 확장 전략과 맞아떨어진다.

업계 한 관계자는 "쿠팡·이마트·롯데·다이소까지 이름은 오르내리지만, 자금 여력·상권 중복·고용 승계 등 셈법이 복잡해 선뜻 손 드는 곳은 보이지 않는다"며 "결국 누가 나서느냐보다, 이 조건으로 과연 인수가 가능하냐가 시장의 진짜 관심사"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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