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5년 허리케인 카트리나 당시 미국 연방재난관리청(FEMA)은 존재하고 있었지만 작동하지 않았다. 컨트롤타워 혼선이 피해 확대로 이어진 대표적 사례다. 현재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를 둘러싼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출범 두 달이 다 되어가지만 위원장과 위원 전원이 공석인 채 멈춰 있다.
유료방송 시장은 가입자 감소와 구조조정 신호로 이미 흔들리고 있다. 24일 방미통위가 발표한 올 상반기 유료방송 가입자는 3623만명으로,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감소세다. 성장 둔화와 구조조정 흐름이 맞물리며 시장 불확실성은 커지고 있다.
현장은 이미 스스로 살을 깎아내며 버티는 국면에 들어섰다. KT ENA는 채널사업을 물적분할해 매각을 추진하고, SK브로드밴드는 50세 이상·근속 15년 이상 직원 희망퇴직을 실시했다. LG헬로비전은 사옥을 고양으로 이전했다. SBS미디어넷은 엔터 채널을 중단했다. 산업은 자체 방어에 나섰지만 이를 조율할 정부는 제기능을 하지 못한다.
방미통위 출범에 대한 업계 기대도 컸다. 유료방송 정책이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방통위로 나뉘어 있던 이원 구조를 하나로 묶어 정책 집행의 일관성과 속도를 높이겠다는 취지였다. 그러나 위원회 구성 지연으로 핵심 기능이 모두 중단되면서, 오히려 행정 공백이 시장 불확실성을 키우는 일이 나타나고 있다.
법정 시한도 지키기 어려운 상황이다. 방송법은 새 법 시행 3개월 이내에 방송문화진흥회·KBS·EBS의 새 이사회를 꾸리도록 규정하지만, 이사 추천 절차를 정할 규칙조차 마련되지 않아 KBS(26일), 방문진·EBS(내달 9일) 선임 시한을 맞추기 어렵다는 전망이 나온다.
FEMA가 존재했지만 제 역할을 하지 못했던 그 순간 피해가 커졌듯, 방미통위의 공백 또한 유료방송 위기를 더 깊게 만들고 있다. 이 상황을 더 방치할 여유는 없다. 방미통위가 제 역할을 시작해야 한다.
권혜미 기자 hyeming@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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