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 이은 부상에 프리미어12 대표팀 선발진에 비상이 걸렸다. 대표팀 에이스를 기대했던 원태인(삼성)이 한국시리즈 투구 중 부상으로 이탈했다. 이번 시즌 정상급 좌완 선발로 떠오른 손주영(LG)도 빠졌다. 임찬규(LG)를 추가 선발해 일단은 한숨을 돌렸지만 그래도 절대적인 숫자가 부족하다.
불행 중 다행일까. 불펜 만큼은 역대 대표팀 중에서도 가장 젊고 강력하다. 박영현(KT)과 김택연(두산) 등 영건 듀오가 뒷문을 지킨다. KBO 리그 전체에서 가장 강력한 포심 패스트볼을 던지는 두 사람이다. 여기에 정해영(KIA)과 유영찬(LG), 조병현(SSG)이 가세한다. 마무리 투수만 5명이 포진한 호화로운 불펜진이다.
부족한 선발진을 불펜의 힘으로 만회하는 전략도 가능하다. 류중일 대표팀 감독은 “상대 팀당 선발 1명씩은 있어야 한다”며 ‘선발 야구’를 강조하지만, 여차하면 빠르게 선발을 내리고 구위 좋은 불펜 투수들을 차례로 올려 상대를 틀어막는 경기도 나올 수 있다. 당장 류 감독부터가 전성기 삼성 왕조를 이끌며 ‘불펜 야구’에 일가를 이룬 인물이다. 2013년 한국시리즈 6차전, 삼성과 두산의 경기는 지금도 회자되는 명승부다. 부상을 안고 등판한 삼성 선발 릭 밴덴헐크를 1이닝 만에 내린 류 감독은 이후 배영수, 차우찬, 심창민, 권혁, 안지만, 신용운, 조현근, 오승환 등 9이닝 동안 투수 9명을 올려 상대 타선을 틀어막았다.
박영현과 김택연이 포스트시즌 경기에서 멀티이닝 능력을 과시하면서 류 감독의 투수 운용 폭은 더 넓어졌다. 박영현이 LG와 준플레이오프 4차전에서 3.1이닝 무실점 피칭을 했고, 김택연은 KT와 와일드카드 결정 2차전 2.1이닝을 실점 없이 막았다.
선수들 사이에도 ‘누가 나가도 막는다’는 자신감이 흐른다. 29일 고척돔에서 대표팀 훈련을 소화한 박영현은 취재진과 만나 “불펜 투수들이 워낙 좋다 보니 어떤 상황에서 나가든 다들 자신 있게 던지려 한다”고 했다. 국제대회 멀티이닝에 대해서도 “태극마크를 단 만큼 더 책임감을 가지고 던져야 한다. 이닝 같은 건 신경 쓰지 않고 팀이 이기는 데 도움이 되면 좋겠다. 언제든 던질 준비를 하고 있고, 단기전인 만큼 총력전으로 던지려 한다”고 말했다.
다만 고민은 좌완 계투다. 우완 불펜은 넘치는데, 좌완은 KIA 최지민과 곽도규 2명만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최지민은 지난해 항저우 아시안게임 금메달 멤버다. 4경기 등판해 4이닝 무실점으로 최고의 피칭을 했다. 그런데 그 최지민이 올해 좋지 않았다. 부상 여파 등으로 구위가 떨어졌고 제구도 흔들렸다.
최지민이 예년만 못하면서 자연스레 곽도규의 비중이 커질 전망이다. 류 감독도 “왼손 투수로 KIA 걔 좋더라. 곽도규. 그 선수를 요긴하게 써야 될 것 같다”고 콕 찍어서 칭찬했다.
곽도규는 프로 2년 차인 이번 시즌 크게 성장했다. 정규시즌 71차례 등판해 55.2이닝 동안 64삼진을 잡아내며 4승 2패 2세이브 16홀드에 평균자책점 3.56을 기록했다. 한국시리즈에서도 KIA가 이긴 4경기에 모두 나왔다. 4이닝 동안 안타 2개만 맞고 무실점 피칭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