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기술 굴기가 가져올 파장들

2025-07-31

1~2년 전만 해도 ‘피크 차이나’라는 말이 대세를 이루었다. 주로 서방의 보수우파 학자, 언론인들에 의해 주장된 이런 관점은 중국이 체제의 한계뿐 아니라 미국의 강력한 대중 견제로 미국 경제를 영원히 따라잡지 못하리라는 것이다. 최근 들어 이런 주장이 쑥 들어갔다. 세계는 중국을 다시 놀라운 눈으로 쳐다보고 있다. 특히 금년 들어 딥시크의 출현과 화웨이의 화려한 재부상 이후 그렇다. 그러나 이런 눈에 띄게 된 현상의 뒤에는 지난 10년간 과학기술논문 발표 및 인용 횟수, 특허출연 건수에 있어 중국이 미국을 빠르게 추격했고, 3년 전부터는 미국을 크게 추월한 과학기술 굴기가 있다.

중국 기술 발전과 첨단제조업 부상

세계 정치·경제·안보 지형 바꿀 것

이 격류 휩쓸려 침몰하지 않으려면

국가운영시스템 전반적 혁신 필요

트럼프 1기 이후 대중 견제와 중국 상품에 대한 고율 관세는 오히려 중국의 기술 수준, 제조업 경쟁력을 빠르게 높여 놓았다. 관세전쟁은 미국이 시작했지만 승자는 중국이 되고 있다는 관전평이 많다. 대(對)중국 반도체 규제, 첨단기술 제재는 중국 내 반도체 생산 확대, AI, 로봇 기술의 발전, 이를 활용한 생산공정의 혁신을 가져왔다. 이제 중국은 20년 전처럼 저임금에 값싼 범용 제품만을 세계에 쏟아내는 나라가 더 이상 아니다. 세계 태양광 패널 생산능력의 80%를 차지하고 가격은 10년 전에 비해 70%를 내려 신재생에너지의 주도권을 잡았다. 전기차와 배터리 역시 세계시장을 석권하고 있다. 단순히 해외 덤핑이 아닌 AI 기술을 접목하고, 치열한 국내 경쟁에 의한 자동화와 생산공정 효율화, 정부의 산업생태계 지원 등에 따른 생산비용 절감 효과 덕분이다. 드론, 휴머노이드 분야도 이미 중국 천하가 되었다.

중국이 어떻게 불과 10~20년 만에 이런 놀라운 변화를 이뤄냈는가? 적어도 세 가지 요인이 지적되고 있다. 첫째, 교육과 인재양성이다. 대학졸업생은 1999년 100만 명에서 최근에는 매년 1200만 명으로 늘었다. 그중 절반은 과학, 기술, 공학, 수학(STEM) 전공 졸업생들이다. 중국이 배출하는 STEM 전공 대졸자들은 미국의 다섯 배, 엔지니어 숫자는 미국의 일곱 배나 된다. 인구 대비로도 미국보다 많다. 이러한 인력 풀은 중국의 첨단제조품 개발, 제품 피드백, 애프터서비스, 생산공정의 효율화를 이뤄내는 비옥한 토양이 되고 있다. 초등학교에서부터 영재교육 과정을 운용하며 딥시크의 량원펑 같은 인재들을 배출하고 있다. 대학에 대한 막대한 지원과 우수두뇌 유치로 이공계 대학 세계 10위 안에 중국대학이 8개를 점하게 되었다.

둘째, 거대한 국내시장과 국가지원이다. 엄청난 초기투자를 쏟아부어야 하는 첨단 기술개발과 제조업은 절대적으로 ‘규모의 경제’를 요한다. 시장에서의 치열한 경쟁을 통해 승자로 부상하게 되면 정부조달 같은 보상이 주어지고, 거대시장을 차지함으로써 더 큰 생산비용 절감을 가져와 세계시장에서 절대적 경쟁력을 가지게 된다.

셋째, 국가운영체제다. 중앙정부 차원에서 계획과 지원책을 제시하고, 지방정부들 간에는 실적 경쟁을 하며, 시장현장에서는 기업 간 치열한 생존 경쟁을 하게 해 지금과 같은 첨단제조업 생태계를 조성하게 된 것이다. 그 핵심에는 공산당이라는 엘리트 관료조직과 중앙정부, 지방정부, 국유기업, 금융기관, 연구소 등을 촘촘히 장악, 연결하는 공산당 지배체제가 있다. 당과 중앙정부의 수직적 계획과 방향 제시, 지방정부와 시장에서의 수평적 경쟁의 조합이 역동적 발전을 견인할 수 있음을 중국체제는 보여주었다. 물론 이러한 체제는 개인의 자유 억압, 분배 악화, 이중구조 심화를 불러와 중국의 미래에 대해 큰 불확실성을 제공하고 있기도 하다.

과학기술, 첨단제조업 선진국으로의 중국의 부상은 커다란 파장을 세계에 가져올 것이다. 1970년대 일본의 가전, 반도체, 자동차 등 당시 첨단 제품들이 미국 제품들을 압도하기 시작했을 때, 그리고 1990년대 한국이 일본의 뒤를 좇아 이런 제품들로 미국과 세계시장에서 경쟁할 때, 일본과 한국의 당시 1인당 소득은 각각 미국의 절반쯤 됐다. 최첨단 과학기술과 제품으로 미국과 패권을 겨루는 지금 중국의 1인당 소득은 미국의 16%에 불과하다. 이는 앞으로 세계 정치, 경제, 안보의 지형에 심대한 파장을 일으키게 될 것을 예고하고 있다.

국가경제운영 체제에 대한 논쟁도 다시 살아날 것이다. 20세기는 자본주의와 공산주의의 경쟁에서 자본주의의 승리로 끝났다. 21세기에는 국가자본주의와 시장자본주의가 경쟁하고 있다. 지난해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애쓰모글루, 로빈슨 교수는 제도의 질이 국가발전과 번영을 결정한다고 주장했다. 어떤 제도가 더 경제의 역동성을 가져올 수 있는지에 대한 이번 세기의 대결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중국으로부터 몰아치는 이 거대한 파장에 휩쓸려 침몰하지 않으려면 우리에게는 어떤 선택이 있는가? 국가운영시스템의 전반적 혁신 없이는 이 격류를 헤쳐가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조윤제 연세대 경제대학원 특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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