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기의호모커뮤니쿠스] “신문이 내 손에, 세상이 내 눈에”

2025-04-27

지난 4월7일은 69번째로 맞는 신문의 날이었다. 서재필 박사가 1896년에 우리나라 최초의 민간신문인 ‘독립신문’을 창간한 날을 기념한다. 한국신문협회는 매년 저널리즘의 핵심적인 실행자로서 신문의 역할과 책임을 다짐하며 ‘한국 신문상’과 함께 ‘신문의 날 표어 및 캐릭터 공모전’을 개최하고 시상한다. “신문이 내 손에, 세상이 내 눈에”는 표어 부문 올해 1등 수상작이다.

디지털 정보기술의 발전으로 인해 국내외를 막론하고 종이신문이 빠르게 추락 중이다. 신문의 미래가 어둡다는 건 오래된 예측이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이 2024년 전국 만 19세 이상 성인 남녀 6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2024 언론수용자 조사’에 따르면 주요 미디어 중에서 종이신문 이용률 9.6%는 최하위 수준이다. 팟캐스트(4.2%)와 잡지(4.9%)에만 앞서 있다. 상위 그룹인 인터넷(93.6%), 텔레비전(91%), 메신저 서비스(91%), 인터넷 포털(84.3%), 온라인 동영상 플랫폼(69%), 쇼트폼(42.2%)과 큰 격차가 난다. 라디오(14.5%)에도 뒤진다. 이번 조사에서 눈에 띄는 유별난 결과는 종이신문 이용률이 뉴스 이용률(9.6%)과 같다는 것이다. 종이신문 독자는 다른 유형의 콘텐츠가 아니라 뉴스를 보려고 신문을 찾는다는 의미이다. 다른 미디어 이용에서는 전혀 나타나지 않는 특징이다.

‘뉴스를 보기 위해 신문을 본다’는 사실은 20여년도 더 된 ‘신문 사망론’ ‘신문 소멸론’의 악담(?)을 포함하는 종이신문의 위기를 타개할 지혜를 일러준다. 신문이 자극적인 비주얼 콘텐츠가 아니라 뉴스 콘텐츠의 다양화, 심층화, 고급화로 다른 미디어들과 분명하게 구분되는 차별적인 경쟁력을 갖추라는 것이다. 소셜미디어 등 디지털 기술의 시혜를 앞장서서 누리는 미디어는 알고리즘과 인플루언서의 편향성, 선정성, 상업성에 물든 뉴스 생산과 제작 환경에 따른 신뢰도와 공정성 문제로 점증하는 비판에 싸여 있다.

뉴스는 세상을 알게 해주는 창이다. 신문 스스로 유튜브 등의 소셜미디어처럼 파랑, 노랑, 빨강과 같은 특정 색깔의 창이 되지 말아야 한다. 같은 뉴스를 창의 색깔에 따라 특정 권력과 진영의 편을 드는 뉴스로 만드는 건 미디어의 본질에 대한 훼손이고 자해이다. 사실성에 바탕한 신문뉴스는 ‘내 손’과 ‘내 눈’을 넘어 더 많은 ‘사람들의 손’과 더 많은 ‘사람들의 눈’에 펼쳐질 것이다. 고도로 지적인 존재인 인간의 ‘인식 욕구’는 비주얼 위주, 속도 위주, 습관적 조회 수 위주의 디지털 정보가 감당할 수 없다. 정교하게 뉴스와 심층 탐사 정보를 담을 수 있는 신문 미디어가 충족할 수 있는 영역이다.

김정기 한양대 명예교수·언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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